홍원항에서 신선한 백합을 구매해서 끓여본 백합탕
바다의 귀족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생선이 있듯이 조개의 여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조개가 있다. 키조개처럼 상당히 큰 조개도 있지만 손질이 필요하다. 조개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국물 때문인데 조개가 만들어내는 바다의 맛은 시원함 그 자체다. 그냥 조개만 넣어서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조개로 백합이 있다. 깔끔하고 개운한 감칠맛이 좋은 백합은 생산량이 적은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 조개다.
지금 시즌에 먹기에 좋은 해산물이 뭐가 있을까. 봄 하면 도다리가 있고 쫀득한 맛의 갑오징어, 감칠맛의 백합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 볼까. 홍원항에는 제철 해산물을 파는 점포들이 줄지어있다. 봄꽃이 피어나듯이 그 자체로 이쁜 조개가 백합이다. 보통 5~6년 산 백합이 가장 맛이 뛰어나며, 패각을 이용해 약품용기나 바둑돌을 만들기도 한다.
바다와 인접해서 배가 드나드는 도시를 항구도시라고 한다. 서천은 전체적으로 보면 항구도시라고 할 수는 있지만 작은 어촌마을을 구성하고 있다. 홍원항을 방문하면 동백꽃이 피어나는 동백정과 마량포구등 가볼 만한 곳이다.
반건조 생선들이 참 많이 보이지만 그중에서 박대가 눈에 뜨인다. 작은 갈치를 말린 풀치라던가 뒤포리 그리고 소라, 조개, 멍게등의 시원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오래간만에 백합을 사서 끓어보고 싶어서 백합을 구매해 본다. 백합은 조 개 중에서 껍질이 가장 이쁘다. 백합은 전복에 버금가는 조개로 뻘 등 불순물을 계속 내뱉는 습성을 지녀 다른 조개류에 비해 뻘이나 모래 같은 이물질이 없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해감하는 것이 너무 편한 조개이기도 하다. 해감을 잘하지 않은 조개를 먹었을 때 지글거림은 아마도 먹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바다 해풍에 몸을 맡긴 채 잘 말려져 가는 생선도 요리를 하면 좋기는 하겠지만 번거롭지 않은 백합으로 이날 저녁을 선택해 본다.
백합을 넣은 백합탕을 끓일 때 아무것도 넣지 않고 끓여도 된다. 모든 백합이 자신만의 무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백합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타우린, 베타인, 핵산류와 호박산이 어우러져 알코올 성분 분해를 도와 숙취해소와 간장보호에 최적의 식재료다.
끓이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걸리지 않는데 그렇게 맑았던 국물이 뽀얀 우윳빛깔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백합이 하나씩 입을 열기 시작하는데 뒤적거리면서 모든 백합이 입을 열면 꺼내서 먹으면 된다.
백합은 조갯살이 푸짐하다. 조갯살은 초고추장에 찍어먹고 백합탕의 뽀얀 국물은 떠먹으면 된다. 짜지도 않고 시원하면서도 깔끔하다.
백합을 먹고 나서 남은 국물에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역시 국물이 다르니 라면맛이 다르다. 백합을 먹고 나니 홍원항에서 본 갑오징어가 생각난다. 갑오징어는 오징어류 가운데에서 가장 살이 쫄깃하며 담백하고 단 맛을 낸다.
좋은 삶이란 그저 훌륭한 일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여행을 하고 요리하고 영감을 주는 글이나 좋은 책을 잃는 등에 소소한 행동들은 포함한다. 사람의 관점에서 작은 백합이라고 하더라도 맛을 내기 위해서는 5년이 성정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찾고 그걸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