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7일 전북대병원 로비 살인사건
각종 강력범죄의 살인사건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어떤 사람은 아예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한 선악구분을 할 수 없는 것을 넘어서 그런 행동이 자신에게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너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절대 평범함으로 바라보면 안 될 사람은 평범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특히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일에서 더 예민하게 바라봐야 할 직업군이 바로 경찰이다.
20세기 후반에 한국은 큰 변화를 겪었다. IMF로 인해 크고 작은 사업이 망한 사람들이 많다. 희생자였던 송수아 양의 아버지 역시 사업이 망하면서 부인과 이혼하게 된다. 사건이 발생한 2014년에 송수아 양이 15살인 것을 보면 출산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을 두고 그냥 떠났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송 씨 부녀는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가 반년 전쯤 출소한 전과 40범의 32세 박정환이 전주에서 불법적인 보도방을 운영하고 있다. 대체 직업안정법을 만들어두고 그 위반은 왜 생각날 때 잡는지 모르겠다.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행은 자기 마음대로 하려면 차라리 노래방에서는 합법적으로 직업여성들과 놀 수 있다고 법을 없애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안 사정이 안 좋았는지 송수아 양은 2014년 2월 8일 지인의 소개로 박정환과 만나게 된다. 박정환을 소개해준 지인도 좋지 않은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보도방이나 그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범죄자가 아닐지라도 아예 인연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필자의 경우 중학생 때에도 사람이 가진 어두운 이면을 잘 알아 채린 덕분인지 몰라도 조금이라도 눈빛에서 다른 것이 보이면 아예 어울리지 않았다. 첫 인연부터 악연임을 몰랐던 홍수아는 그냥 카운터나 청소를 생각했었는데 박 씨는 보도방을 나가라고 강요하면서 박 씨를 피했다고 한다.
박 씨는 송수아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연락하고 찾아다니다가 결국에는 성폭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2월 10일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면서 자신의 집으로 송 양을 납치 및 감금하면서 계속 성폭행하였다. 그녀가 아버지가 보름이 넘게 들어오지 않은 자신의 딸을 왜 찾지 않았는지 우선 궁금하다. 챙길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생활패턴이 그랬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던 중에 2월 22일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집에서 도망가서 아버지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2월 26일 박 씨는 송양이 살던 아파트로 찾아가서 고성방가를 하면서 행패를 부렸는데 이에 경찰에 신고를 했다. 이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도 알렸다고 한다. 이에 전북대병원에 있는 원스톱지원센터로 데려가 조사하였는데 신변 보호를 해달라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박 씨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하지도 않았다. 아마도 박 씨는 출소했을 때 가석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씨에 대한 신변을 구속하라는 것이 아니라 송양이라도 보호해 주었으면 다음날의 치명적인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후 박 씨에게 다시 납치를 당해서 전주시 우아동의 아중저수지에서 폭행을 당했는데 실컷 때리고 협박한 후 잠이 든 박 씨를 피해 다시 경찰에 납치건으로 신고를 한다. 그리고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진술서를 쓰고 귀가하게 된다. 112 순찰차를 타고 송양과 아버지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는데 이 지점에서 왜 경찰은 그냥 이들을 집에 데려다주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송양의 아버지라는 사람은 뻔하게 보이는 자신의 집으로 가자는 결정도 이상해 보인다. 박 씨를 보았을 때 몰랐을까. 그 사람이 어떤 짓을 할지 몰랐단 말인가. 살기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 여기에다가 송양은 집으로 가는 것이 불안했다면 홀로 자신의 친구집으로 가려는 결정을 했다는 악수를 뒀는지도 의아하다. 그 정도로 집착을 보였다면 박 씨는 충분히 이들을 따라다닐 수 있는 사람이다.
2월 27일 송양은 오후 2시에 세 번째 조사를 마치고 앓고 있었던 골반염으로 인해 전북대병원에 입원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또 이해가 안 가는 송양의 행동은 자신의 SNS에 입원사진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 사진을 통해 박 씨는 그녀가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렇게 전북대병원으로 사시미등을 준비해서 송양을 찾아간다. 친구까지 찾아와서 로비에서 있었던 송양을 아무렇지 않게 목과 복부를 수차례 찌르고 달아난다. 결국 송양은 과다출혈로 사망을 하게 된다. 그리고 도망간 박 씨는 승용차를 타고 달아나다가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차에서 내려 아파트로 도주했다가 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아파트 19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고구마를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은 느낌이다. 가장 큰 문제는 범죄자인 박 씨이겠지만 적지 않은 문제가 경찰에게 있었고 아버지나 송양의 처신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정말 위험한 곳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선악의 개념조차 없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악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세상을 조금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사회법규와 범죄를 저지르면 어떻게 자유가 박탈될지 알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도 있다. 특히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죽도록 감옥을 가기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이후를 생각하지 못하는 작은 뇌 덕분에 범죄를 저지르는 존재들임을 간과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