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족 살해

옥천 검도 관장의 가족살해사건을 바라보며

한 때 몸을 단련하는 운동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20세기에서 2천 년대 초반까지 합기도를 비롯하여 검도, 유도등의 운동하는 시설은 꽤나 잘 운영되었다. 이 시기의 대학들도 운동 동아리도 제법 잘 운영이 되었으며 회원들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다가 2005년쯤이 지나면서 대학에서 운동 동아리는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운동 동아리는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어버렸기에 취업과 상관이 없는 동아리는 그 명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필자도 대학동아리등에서 검도를 시작했을 때는 검도관이 상당히 잘 운영이 되었을 때였다. 그리고 이후 자연스럽게 공부에 집중하면서 검도나 합기도 같은 운동은 하지 않게 되었다. 태권도를 제외하고 격투기와 관련된 운동관은 수익을 내는 것이 상당히 힘들어졌다. 태권도도 사실 아이들을 맡겨놓기 위한 공간이지 예전처럼 격투기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일부 마니아층에서 종합격투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생활운동으로 바뀌었다.


모든 자영업은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고 해야 한다. 내가 했었기 때문에 잘된다는 착각으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음식을 잘 못하면서도 프랜차이즈에 의지해서 창업을 하던가 별다른 기술 없이 할 수 있는 편의점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자신이 하던 운동을 기반으로 옥천에서 2008년쯤에 검도관의 운영을 시작한 사람이 있었다. 그냥 운동으로 살았을 것으로 보이는 A 씨는 옥천에 터를 잡았다. 술과 담배도 하지 않았으며 나름 성실했던 것으로 평을 받았다고 한다.


검도나 유도 같은 운동은 이미 사양세에 접어들었을 때 은행등에서 돈을 빌려 검도관을 운영하면서 초기에는 나름 관원수도 확보하고 괜찮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한 번 시작된 하락세는 바뀌지 않는다. 검도는 2005년 이후로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골프 같은 운동이 뜨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자기만족에서 보여주기 운동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이미 A 씨의 미래는 어두워진 상태였는데 본업도 잘되지 않는데 대전에 빌라 건물에 돈을 빌려서 사는 악수를 둔다.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대전 역시 빌라 건물은 이미 투자수익성인 ROI(Return on Investment)로 볼 때 투자의 가치가 사라진 것도 2000년대 중반이었다. 아파트를 제외하고 주거공간으로 도심형 생활주책을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의 건물이 들어섰기 때문에 빌라에 투자를 하는 것은 계륵 같은 투자였다. 그런 빌라를 온전하게 자신의 돈도 아니고 은행과 검도관의 관원등에서 빌려서 투자하면서 더욱더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2010년대 중반이 되면서 매월 이자만 4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지출되던 A 씨는 막 다른 길로 몰리고 있었다.


빌라를 투자대상으로 본다면 그건 자기의 돈을 불태우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건축적인 관점에서 볼 때 대충 짓는 빌라의 특성상 15년~20년마다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지 않으면 아무도 입주하지 않던가 아주 저렴한 가격에 임대를 놓아야 한다. 그 가격에 들어오는 입주자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관리하는 것도 지랄 같다. 즉 새로운 빌라건물로 초기에 조금은 괜찮은 수입이 있지만 그 수입의 상당 부분은 미래를 위해 모아두지 않으면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그릇된 투자로 인해 막다른 길로 몰려가던 A 씨가 가족을 살해하기로 결정한 것은 2018년이었다. 이미 파산상태에 이르고 주변에서 빚 독촉 압박을 받던 A 씨는 수면제등을 처방받고 자신의 아내와 세 딸을 수면제를 먹게 한 후에 차례로 살해한다. 2018년 8월 25일 그렇게 일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도 자해를 했지만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상태에서 발견되어 징역 25년을 선고받게 된다. 이때 A 씨의 나이가 42살이니 추정컨대 뱀띠인 듯하다.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상당한 책임감이 수반되는 것과 동시에 가족을 자신과 전혀 무관한 하나의 인격체로 봐야 하지만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적 능력도 없는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 가족들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몰린 그 상황을 가족도 못 견딜 것이라는 미루어 짐작하고 살해에 이르기까지 한다. 왜 세상의 변화를 보지 않고 창업을 하고 투자를 할까. 잘 모르겠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투자다. 골프도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투자로 본다면 끝물이 지나가고 있다.


있어 보이는 삶을 선택한다면 결국에는 그 책임은 10년쯤 지나면 반드시 대가가 돌아온다. 생각 없이 살았다면 그 책임은 본인이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중생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