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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간월도

바다라는 농장에서는 누구나 어부가 될 수가 있다.

간월도가 올해 이름이 알려지는 일이 있었다. 서산시의 우수한 쌀과 농산물로 빚어진 탁주 '간월도 달빛 따라'가 충남술 톱텐(TOP 10)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는데 농업회사법인 큰 마을㈜에서 생산하는 '간월도 달빛 따라'는 깊은 풍미와 부드러운 목 넘김이 일품인 탁주다. 간월도는 이제 이름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간월도라는 곳은 간월암으로 인해 꾸준한 인기를 받고 있는 곳이지만 무엇보다도 썰물 때 바다에서 캐는 먹거리 때문에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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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진행된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인해 간월도는 육지와 연결되었지만, 간월암은 지금도 하루에 두 번 만조 때 섬이 되고 간조 때는 뭍이 되는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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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에서도 농악이 유명한데 해미읍성등에서 열리는 축제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가 있다. 서산은 땅에서 무언가를 캐내어 살아가는 지역이었으며 바다에서도 농부가 지금도 살고 있다. 간월도는 어리굴젓이 유명한데 굴의 풍년을 기원하는 ‘굴 부르기 군왕제’가 매년 정월 보름날 만조 시에 간월도리 어리굴젓 기념탑 앞에서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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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에 간월도는 멀리까지 갯벌이 이어지는 곳을 볼 수가 있다. 간월암은 밀물이 들어오면 물 위에 떠 있는 연꽃과 같다 하여 연화대(蓮花臺)라고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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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한 행동을 하지 않은 아낙네들이 소복을 입고 마을 입구에서 춤을 추며 출발해 굴탑 앞에 도착하면 제물을 차려 놓고 굴 풍년 기원제를 지낸 뒤 채취한 굴을 나눠 먹을 때 찾아가면 함께 즐기면서 시식도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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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갯벌에서 바다먹거리를 잡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다. 간월도는 규모가 크지 않아 차로 5분 내로 어디든 방문할 수 있으며 대표 특산품인 굴을 활용한 식당들이 즐비해 있어 특별한 식사를 해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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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보고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무학대사처럼 필자도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 달이 뜰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가 날을 보니 맑은 날이 아니어서 그 계획은 뒤로 미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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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사는 사람들은 남자보다 여자들의 생활력이 훨씬 강하다. 여자들이 가정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더 많았으며 남자들은 한량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제주도는 지금도 여자들의 발언권이 더 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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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간의 역할은 딱히 정해진 것은 없다. 간월도 선착장에 위치한 수산물 시장에는 덕장에서 말리는 다양한 수산물을 만날 수 있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수산물, 건어물, 젓갈류를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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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캐온 먹거리가 가득 담긴 망을 보니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를 알 수가 있다. 이제 갯벌로 나가서 걸어본다. 물이 들어오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바다를 자주 가본 사람이 아니라면 밀물이 얼마나 빨리 밀려 들어오는지 모른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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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위로 걸어보다가 이제 아래로 내려와서 걸어보니까 바닥에 있는 먹거리들이 보인다. 이미 서산시장에서 갑오징어를 회로 떠서 욕심이 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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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고 문제의 본질을 고민하면서 진짜 내 모습은 어떤지, 진짜 문제는 무엇인지 새롭게 발견할 수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의민지 간과하면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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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을 마쳤는지 아낌없이 주는 간월도에서 캐낸 것들을 가지고 가려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일상처럼 보인다. 위에 간월도의 여인을 상징하는 세명의 모습과 아래로 보이는 세명의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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