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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 일주일 전

춘하추동 한용상 초대전과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촬영된 서해미술관

남녀 간의 사랑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조건 없이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아무리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더라도 그건 자신만의 메아리일 뿐이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행동이 없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한 행동은 잊은 채 말로써 채우려고 하지만 그것은 채울 수 없는 공허함만이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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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우연하게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그 제목이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라는 드라마였다. 여자 주인공이 파친코를 찍은 배우로 로맨스 영화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그리면서 서사를 이끈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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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을 찍었던 공간이 서산시의 서해미술관이라는 곳이다. 세상을 등지고 청춘을 흘려보내던 희완(앞에 첫사랑 람우가 저승사자가 돼 나타나며 벌어지는 청춘 판타지 로맨스다. 누구나 돌아가고 싶어 할지도 모르는 학창 시절과 현실을 오가면서 그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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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미술관은 이맘때 가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서해로 나가가기 전에 숲을 볼 수 있는 곳으로 폐교를 활용하여 미술관으로 조성을 해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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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미술관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찍은 춘하추동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데 한용상 초대전이다. 5월 3일에는 찾아가는 음악회로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의 합주와 노래를 들어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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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미술관에는 최근 카페도 조성이 되어 있어서 가볍게 차를 한잔 마시면서 쉴 수도 있다.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아보면서 지나가는 봄의 여운을 느껴볼 수가 있다. 봄이 가기 일주일 전에 찾아가면 좋은 곳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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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완은 람우의 죽음 이후 삶의 동력을 잃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살다가 과거의 기억들을 애써 묻고 외면했지만 저승사자가 된 람우의 등장으로 다시 그 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애써 묻으려고 한다. 과거의 기억들은 마주 서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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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로맨스의 서사처럼 누군가가 희생이 되어야 다른 한 명의 삶이 지속된다는 설정이 마지막에서 그려진다. 아버지와 동생을 위한 선물 준비부터 공항에서 낯선 여행자를 돕는 작은 선행, 람우와의 평범한 데이트까지.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현해 나가며 현재의 순간을 만끽하는 희완은 결국 죽음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며 자신이 살게 되면 람우의 존재가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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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라는 메시지가 있듯이 지난 시간 사계절을 찍은 사진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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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고 있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 혹은 여행이나 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자연의 변화를 볼 수가 있다. 사진을 찍어서 SNS에 남기기도 하고 추억 속에 남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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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도 이제 얼마 남지가 않았다. 봄을 만끽하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여름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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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설경을 찍은 것을 보니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나 입자가 곱다. 하나의 픽셀에 담긴 값이 흰색만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다른 색이 담겨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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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10대 시설이 있었다. 희완의 상실감 속에 자신을 가두다 삶을 놓으려던 현재의 희완까지 설득력 있게 오가며 희완의 시간들을 그리며 슬픔과 후회, 사랑, 그리움, 죄책감, 남은 생을 끝까지 잘 살아가겠다는 다짐은 현재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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