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이 수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금수산자락의 사찰
마음을 담아둔 글, 자연을 그린 산수, 자연의 미학을 담아둔 여행을 찾아서 떠나보면 의외의 곳에서 색다름을 볼 때가 있다. 제천과 단양에 걸쳐 있는 산으로 단대천이 발원하여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금수산은 단양에도 걸쳐져 있는 단양에서 온달산성, 북벽, 칠성암, 죽령폭포 등과 함께 제2의 단양팔경로 손꼽는 곳이다. 산의 높이는 1,016미터의 금수산은 백암산이라고 불렸다가 퇴계 이황이 단양에 군수로 재임 할 때 경치가 비단에 수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개칭하였다.
제천의 청풍호는 여러 번 가보았지만 이곳 정방사는 처음 방문해 보았다. 정방사라는 사찰의 이정표를 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금수산자락을 한참 올라가면 드디어 정방사가 보인다. 얼마 전에 봉화군에서 청량사를 갔다 왔는데 그곳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곳도 자연지형을 그대로 활용하여 만들어두었다. 한국의 산은 곡선과 수직의 균형이 있다. 기암절벽 사이로 공기가 흐르는 풍경이 있고 계단을 통해서 걸어 올라가면 된다.
천년고찰로 알려진 제천 정방사는 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의상대사는 곳곳을 다니면서 여러 사찰을 창건했다. 정방사 경내에는 법당과 요사, 현혜문 등이 있는데 1825년에 세워진 법당은 12칸, 요사는 5칸 규모의 목조 기와집이다.
법당 지붕의 3분의 1을 뒤덮은 암벽이 있으며 절에 오르면 선경을 방불케 하는 청풍호와 주변의 산들을 조망할 수 있으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사찰에 오르면 먼저 보이는 것은 종각이다. 다른 사찰처럼 종을 치면 안 된다. 이렇게 거대한 종을 한 번 쳐보고 싶으면 진천을 가면 된다. 진천 종박물관에는 다양한 형태의 종이 있으며 종을 쳐볼 수도 있다.
아래에서는 잘 몰랐지만 위쪽으로 올라오니 이곳을 왜 가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만들어준다. 작년에 나무로 만든 정방사 관음보살상 안에서 나온 발원문에는 '강희 이십팔 년'(康熙二十八年)이라고 적힌 문구가 남아 있어 조선 숙종 15년(1689)에 조성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찰의 건물들 뒤로 세월의 힘으로 만들어진 바위들의 조각 같은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사찰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을까. 풍경이 맑고 향기롭다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경내가 넓지는 않지만 그 앞에 자리한 자그마한 소나무가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곳곳에 자리한 나무들이 정원을 꾸며놓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이른 아침은 아니지만 오전에도 이제 덥다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요즘이다. 정방사의 풍경은 뒤편의 절벽과 앞쪽에 자리한 청풍호가 만들어준다.
정방사에서 내려다본 청풍호반은 산과 산이 중첩되어 있는 형상으로 시선을 끌게 만든다. 법당 경내에서 바라본 비경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작은 사찰인 정방사에서 보이는 풍경은 거대하기만 하다. 호수도 산세도 선물이 되는 여행을 만들어준다.
법당의 뒤편에는 치성을 올리는 공간 따로 만들어져 있다. 정방사의 사찰 건물인 원통보전에는 유구필응(有求必應)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원하는 게 있다면 반드시 응답한다는 의미다.
안쪽에 자리한 곳에서는 큰 바가지로 물을 떠나가 작은 바가지로 떠서 마실 수가 있다. 절과 풍경이 한데 어우러진 곳에서 원하는 것에 있다면 반드시 응답한다는 의미에 대해 되새겨본다. 내륙의 바다를 위에서 내려다보보고 마음을 잠시라도 내려놓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제천 정방사를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