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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무덤 Stupa

선비에 대한 이야기와 비인읍성 바깥쪽의 자리한 성북리 5층석탑

권력자가 아니더라도 일반 사람들도 자신이 얼마나 경제적인 여력이 있고 힘이 있는지 증명하고 싶어 한다. 그건 시대를 가리지 않지만 그 대상이나 형태가 달라져서 나타날 뿐이다. 특히 하늘을 향해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욕망은 현대에도 초고층빌딩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오랜 시간 전에 부족의 리더가 세상을 떠나면 그걸 기리기 위해 큰 돌을 올려놓았는데 그것이 현대 고인돌유적으로 남아 있다. 고인돌문화를 지나가면 거대한 봉분을 만들어서 지배자를 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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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지나쳐가기만 하다가 오래간만에 서천성북리 오 층 석탑에 잠시 머물러보았다. 오늘날의 불교가 퍼지게 된 것은 기원전 3세기 인동을 통일한 아소카 대왕이 불교를 국교로 삼으면서다. 불교는 오랜 시간 무불상시대를 지나왔다. 오늘날 사찰등에서 보는 불상이 등장한 것은 알렉산더가 인도까지 영역을 넓힌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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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불상의 시대에 중요한 상징이 무엇일까. 밥그릇을 엎어놓은 모양의 이 성스러운 무덤이 스투파(stupa)가 그 역할을 했었다. 석가모니가 불기 2569년에 80세의 나이로 열반했는데 그의 사리를 나눈 후 고대 인도 8개국은 각 수도에 큰 봉분을 만들어 안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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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의 성북리라는 지역은 비인면이라는 지역에 남아 있는 비인읍성이 있었을 때 읍성의 북쪽 혹은 성외 지역에 있다고 하여 성북이라고 불렀다. 아담한 야산이 자리 잡은 성북리레는 보물 224호로 지정된 5측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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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낮은 단층 기단과 각 층 우주(隅柱 : 모서리 기둥)에 보이는 엔타시스의 수법, 얇고 넓은 각 층 옥개석의 형태, 옥개석 각 전각(轉角)에 나타난 반전(反轉)의 형식도 가지고 있는 성북리 5층 석탑은 목탑의 형식에서 벗어나 발전된 수법을 보이는 석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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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무덤을 스투파(stupa)라고 부르는데 한자로 음역 하면 솔도파(率都婆), 탑파(塔婆)라 하다 ‘탑’이라 불렀다. 불교를 국교로 삼을 때 기존 스투파의 사리를 재분배해 인도 전역에 8만 4000개의 탑을 세웠다. 동남아를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불교의 유적에 세워진 탑들은 뾰족한 포고다 모습으로 중국은 고층 누각 건물로 만들어졌으며 목탑 이후에 석탑이 만들어진 한국은 석탑 위에 인도 스투파를 축소해 얹어놓은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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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성북리 5층 석탑은 몸돌 위로는 지붕 받침을 올려놓았는데 부여에 가면 볼 수 있는 정림사지 5층 석탑처럼 별개의 석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성북리 5층 석탑 역시 백제의 석탑 양식을 잘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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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속성일까. 하늘을 바라보며 어딘가에 있을 성스러운 대상을 생각하면서 살았다. 성북리 5층석탑을 살펴보고 마을길을 한 번 돌아본다. 불상이 출현하지 않은 무불상 시대로 보리수·발바닥·법륜·스투파 등을 부처의 상징으로 표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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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벽화등이 그려져 있는데 과거 사람들이 쓴 시들이 눈에 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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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사모종


그 절 연하 속 몇째 봉우리에 있었던고

맑은 종소리 저 달을 흔들고 평림으로 떨어지네.

유연히 나로 하여금 깊은 반성 일으켜

홍진 속 10년간의 이 마음을 다 씻어 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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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장을 하고 땅에 묻기도 하고 특정한 공간에 보관하기도 하며 수목장을 하기도 하지만 봉분을 만든 것은 지배자들이 했던 큰 봉분을 따라 했던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불교에서 성스러운 무덤인 스투파를 만든 것과 지금도 남아 있는 봉분들과도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탑을 만들고 그 정신이 하늘에 닿기를 생각했던 문화가 서천 성북리 5층석탑에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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