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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역감정

먹고사는 문제가 걸렸을 때 정치적으로 악이용 될 수가 있다.

영남지역과 호남지역을 수시로 오가는 사람으로서 개개인으로 본다면 사실 두 지역 사람들이 특정지역에 대해 혐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다. 어떤 사람이 특정지역에 혐오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개인의 문제이지 마치 전체의 문제처럼 취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그 지역에 가보면 지역감정을 가지고 상대를 바라보지도 않는다. 적어도 정상적인 범주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상에서는 여전히 지역감정의 골은 뿌리가 깊다.


그럼 대체 언제부터 지역감정은 생겨났을까. 외국도 지역감정이 있는 나라들이 있지만 주로 민족이 다르던가 아예 언어라던가 문화가 확연히 다름에 기반한 지역감정이다. 한반도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외세나 민족자체가 달라서 지역감정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다. 이념이 달라서 남북이 갈라지기는 했지만 대한민국 내에서 호남과 영남은 지역감정을 가지게 될 이유는 없었다. 호남에 기반했던 백제와 영남에 기반을 가지고 있던 신라의 싸움으로 인해 지금까지 서로 악감정을 가지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대 한국의 지역감정을 만든 가장 큰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다. 한국의 정치는 외부의 적을 만듦으로써 그 기반을 잡아왔다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고 그 형태가 지역뿐만 아니라 세대 간 혹은 남녀 간, 장애와 비장애를 대상으로 하는 등으로 세분화되었다 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별당한다고 생각할 때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을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로 전국토가 초토화된 가운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산업을 살려야 했었다. 제한된 자원으로 대한민국은 서울을 축으로 영남을 발전하려는 결정을 먼저 내린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영남과 호남의 산업화는 큰 차이를 보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 것도 사실이다.


보수나 진보가 자신들이 기반으로 하는 지역에서 지역감정을 유발하하는 것은 표를 얻는데 수월할 수는 있어도 극단적으로 국민이 분열되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특히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특정지역의 인사들을 자리에 앉히면서 그런 경향은 극대화되기도 했었다. 사람을 등용하기 위해서 능력과 상관없이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학벌, 지역에 편승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학벌이 좋다고 해서 정치를 잘하던가 실무적 능력이 뛰어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특정학벌을 가지게 되는 사람은 지역에 편중되는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지역감정은 거대양당으로 인해 더욱더 공고해지고 있다. 거대양당이 존립하게 되는 기반에 지역감정이 양분처럼 자리하고 있다. 특정계층이나 직업이나 지역을 대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는 실종이 되어가고 있다. 조직과 돈을 보유하고 있는 정당에게 유리한 것이 소선구제다. 즉 당선되지 않은 누군가를 선택한 사람들의 표는 무의미해지게 된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선거제도는 광역지자체에서 뽑을 수 있는 정치인들을 순위를 매겨서 당선이 되도록 한다면 사표가 되는 숫자가 상당히 줄어들고 소규모의 정당대표도 당선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역감정은 의도하지 않게 선입견을 만들게 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사람자체를 판단하지 않고 지역색으로 판단하게 된다면 올바른 결정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대립과 대립을 통해서 지지를 이끌어내는 방식은 얼마든지 사람들의 생각을 왜곡시킬 수가 있다. 유튜브만 보더라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마치 사실처럼 호도하고 있다. 사람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되면 자신만의 생각에 갇히게 된다. 생각에 갇힌다는 것은 마치 메아리처럼 자신의 목소리만 계속 듣고 있다는 의미다.


방송등에서도 보면 정상적이지도 않고 이상해보이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확신은 누군가를 증오하게 만든 데에서 비롯이 된다. 그 기반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있다. 우리는 알고 싶지 않아도 언론사의 자극적이고 왜곡된 정보라던가 SNS에서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재력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진짜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자랑하지 않는다. 사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지만 많이 접하다 보면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지역감정은 반드시 해소가 될 필요성이 있다. 지역감정은 보수와 진보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수와 진보는 이념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삶의 방식일 뿐이다. 원래 진보는 소수가 지지하는 것이 당연하다.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직장과 주거에서 거주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보수에 해당이 된다. 보수는 오랫동안 유지해 온 체제가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지역감정으로 왜곡이 되어있다. 정치인들조차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왜곡하고 있다. 아마 그들도 보수와 진보의 본질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 대다수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증오보다는 공감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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