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진정한 사랑이나 행복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사랑과 행복은 어떤 인과관계가 있을까. 사랑과 행복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느낌은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사랑을 하면 행복해질 수도 있고 행복과도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행복해지는 것은 사랑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랑과 무관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적지가 않다. 사랑은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지만 행복은 관계와는 상관없이 그 상태에 이를 수가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 사랑을 할 수도 있지만 사랑을 한다고 해서 행복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둔화되었지만 한국은 꾸준하게 성장을 해왔으며 이에 따라 1인당 국민소득이 올라갔지만 행복지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한국인들은 행복의 잣대를 자신 안에서 규정하지 않고 타인과의 비교와 사회적인 잣대를 사용하면서 좀처럼 행복해지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자신의 행동반경 안에서는 만나지 못할 사람들을 SNS등을 통해 접하면서 더욱더 행복해지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타인은 내가 될 수가 없지만 타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이 행복한지를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정말 사랑하고 있을까란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까. 행복이 내 안에서 규정되어야 하고 사랑은 상대방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지만 한국인들은 행복을 타인의 모습에서 찾으려고 하고 사랑은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사랑이 왜곡되는 공간은 가정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과연 정상적으로 자식을 생각하는 것일까. 부모조차 모든 경우의 삶을 경험하지 못한다. 제한적으로 살아본 자신의 경험에서 판단하고 그걸 자식들에게 투영하려고 한다.
한국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다른 부모만큼 해주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금전적인 지원 = 사랑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학부모 연령대들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은 세대들이다. 풍요로움을 몸소 체감하면서 성장했던 세대이기 때문에 부모가 자식에게 해주는 지원 인플레가 심각할 정도로 높다. 많은 것을 체험하게 하는 것과 남들만큼 학원을 보내고 그 발걸음에 맞춰서 돈을 지출하는 것은 다른 관점이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쓰려고 한다.
그런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한 사람들이 과연 행복을 쉽게 체감할 수 있을까. 사랑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으로 인해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걸 받게 되는 타인의 관점에서 사랑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기준도 모호할뿐더러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사랑이라는 것이 왜곡되고 있다는 것은 사회의 수많은 범죄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부모들에게 받은 사랑의 형태가 기본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그렇지 못한 외부 상황이나 타인의 반응에 오히려 당혹스러워하기도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폐쇄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그래서 김치 프리미엄 같은 현상도 일어난다. 대륙과 연결이 되어 있지만 북한으로 인해 중국을 가려면 비행기나 배를 이용해야 하며 다른 국가와의 물리적인 교류는 우선 벽이 있다. 온라인으로 연결이 되어 있고 누구나 SNS를 통해 소통을 하지만 직접적인 소통은 제한적이다. 문화적으로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행복하기 위한 자세로만 본다면 매우 한계적으로 스스로와 소통한다.
행복은 자신과의 소통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사랑은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인은 사랑을 자신가의 소통을 통해 만들어가려고 하고 행복을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느껴보려고 한다. 중산층의 기준도 전 세계에서 유일할 정도로 소득 수준이나 집의 평수 등 경제적인 여건에만 국한하고 있는 나라다. 정서적으로 채워져야 할 것을 정량적으로 채워서 느끼려고 하면 계속 목마른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한국인은 행복이나 사랑을 계속 수치상으로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 수치화할 수가 없는 대상인데도 불구하고 수치화하면 당연히 사랑하는 상태나 행복한 상황에 놓이기가 무척 힘들어지게 된다. 어차피 수치는 숫자로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는 그것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가질 수가 있다.
가치관의 변화와 소득 수준이 높아졌지만 오히려 한국은 배부른 영양실조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것에서 색다름을 발견하고 거시적인 것에 대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하지만 너무나 조급하게 얻으려고 한다. 사랑을 위해서는 정작 들여야 할 노력은 하지 않고 편한 방법을 통해 얻으려고만 한다.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온전한 사랑도 할 수가 없다. 자신의 관점으로 노력한 것은 그냥 노력일 뿐이다. 자신의 자식조차 제대로 사랑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자식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부모들에게서도 엿볼 수가 있다.
다른 그 어떤 감정보다 수치화될 수 없으며 추상적이며 때론 변화무쌍한 감정이기에 사랑이나 행복은 공통점을 가지기가 힘들다. 고도성장기를 벗어나 자유롭게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가 있지만 여전히 과거의 틀에 사로잡혀서 선입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진정한 사랑이나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의 빈도를 고민해야 한다. 사랑이나 행복은 가장 자연스럽고 그래서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단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