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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인정욕구

한국인들이 추구하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인들의 성향이 원래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인터넷, SNS, IMF, 금융위기등의 복합적인 변화로 인한 것일까. 점점 한국인들에게 인정욕구는 왜곡이 되어가고 있다. 모든 것이 정량화되면 그 어떤 사람도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사람이 어떤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만족하며 스스로를 응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요즘이다. 20대 남성들은 극단적으로 보수화되고 결혼연령은 계속 늦어지고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단지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는 것에 불과할까.


한국인의 인정욕구는 비교하기 쉽게 정량화되면서 인정의 잣대가 표준화되면서 만족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한 사람의 과도한 인정욕구는 극단적인 범죄로도 연결이 된다. 어떤 사람의 기준으로는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남들보다 못한 삶을 사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일가족을 살해하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주목해 주고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것에 대해 더 흥분하고 빠져들어가게 된다. 뇌는 한 사람을 살아있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 사람을 속이기도 한다. 동기를 알 수 없는 범죄는 한 사람의 내면에서부터 파동 치듯이 커져나가다가 극단적으로 치달아서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겉으로 표출된다.


분명히 인정욕구는 한 사람을 성장시키는 데 있어서 긍정적인 요소로도 작용을 한다. 그렇지만 인정욕구의 동력이 스스로와의 비교에서 이루어져야지 타인과의 비교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면 한계상황에 이른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파괴하고 위축하며 심지어 다른 사람을 밟고 모욕하고 끌어내림으로써 상대적으로 인정욕구를 느끼려는 경향까지 나오게 된다.


일부 남자들이 비싼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외모가 괜찮은 여자에게 돈을 쓰는 이유도 인정욕구 중 하나다. 남자와 여자사이에 신뢰가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돈보다 시간과 배려등의 노력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 시간을 잠시나마 단축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은 최소 시간당 어느 정도의 임금을 주지 않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최저임금제에 적용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당 최저임금 이상의 돈을 받으면서 일하려는 인정욕구가 있다.


능력주의에 기반해서 시간당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하고 전문직에 종사하려고 한다. 그런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 불법적인 일에 종사하던가 합법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업을 가장한 청탁도 있다. 여성들의 경우 자신의 몸을 성상품화는 곳이 바로 텐프로와 같은 업소다. 이곳에서 그녀가 받는 돈은 일반적인 직장인의 기준에서는 많이 벗어난다. 게다가 이곳에서 팔리는 위스키 역시 시장가격과는 전혀 무관하게 책정이 된다. 이곳에서 돈을 쓰는 남자들은 어떤 위스키가 맛이 좋으냐가 아니라 자신이 얼마의 돈을 쓰느냐가 중요하다. 즉 위스키 맛은 상관이 없다는 의미다. 한국인의 인정욕구는 그렇게 왜곡이 되기도 한다.


인정받기 위한 욕구는 스스로의 능력이 되지 않을 경우 타인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 결혼을 통한 삶의 조건의 변화라던가 자식을 통한 대리만족 역시 인정욕구에 속한다. 과도한 인정욕구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너무나 의존하게 만든다. 국가마다 인정욕구는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데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경우 개인적 욕망은 인간의 가슴속에서 제거해야 할 죄악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양면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도 일본인이다. 한국인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 편이며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측면이 있다.


결과만을 중요시하다 보면 어떤 현상이나 근시안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다. 결과만을 중요시하다 보면 과정을 생략하게 된다. 과정 없는 결과라는 것은 없다. 결과를 보고 단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든다. 항상 한국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어떤 현상이며 결과에만 국한이 된다. 스토리가 없는 결과에 기반한 인정욕구는 더욱더 왜곡되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사실 결과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쉽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것이나 비난하는 것 혹은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결과가 더 명확하기 때문이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과정을 이야기하면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이 필요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인정을 받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며 삶에 동력을 부여해주기도 한다. 과거와 달리 더 비교가 수월해진 현실에서 인정욕구가 왜곡되면서 선한 영향보다는 좋지 않은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한국은 과거의 유교문화에 기반한 집단주의적인 가치, 경쟁 중심의 사회구조, 체면과 다른 사람이 괜찮아 보이는 것에 대한 과도한 심리적 압박감은 개인의 심리적 건강을 해치고 있다. 시대의 변화가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시면서 내면의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문화적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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