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난 이미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을 겉으로 드러내는 데 있어서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에 어떤 이미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실제의 모습과 추구하는 모습이 다를 때 한국 사람들은 대체된 이미지를 찾는다. 되고 싶어 하는 모습처럼 노력이라던가 환경이 되지는 못하지만 마치 그 사람을 지지하고 혹은 입에 올리면서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모습은 자본주의라서가 아니라 봉건주의 사회에서도 있었던 현상이다. 자신이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도 선망하는 누군가가 입고 마시는 것을 보고 따라 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들에게는 자기 주관보다 훨씬 강력한 되고 싶은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 있다.
주변을 살펴보면 간판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학벌부터 특정한 시험에 통과한 사람이나 소유한 경제력, 국제대회, 정치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지가 않다. 우선 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하고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이미지 때문에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애초에 그런 이미지에 무게를 주지 않았다면 사기를 당할일도 없는 사람들이 과도하게 이미지를 부여하면서 사기를 당할 자세를 갖추게 된다.
어떤 노력을 한 것에 대해 인정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노력이라는 것은 시스템이 원하는 방향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위험한 계급사회를 만든다는 의미다. 한국사회에서 잊을만하면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특정직업에 대한 비하다. 한 사회에서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고 그 직업에서 자신만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월급이라던가 사회적 지위에 따라 사람들은 특정직업에 상당한 가치를 두고 어떤 직업은 비하하면서 그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자체를 평가절하한다.
간판주의에 빠진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알겠지만 그들에게는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온통 주변에서 나름 잘 나간다는 사람이야기라던가 유튜브, 뉴스 등에서 등장하는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뿐이다. 상대와 이야기하면서 우위를 점하고 싶지만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부족하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끌어들여서 우월감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다. 주로 자신보다 조금은 나은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어차피 그들에 비하면 당신이나 나나 비슷한 수준이다. 그리고 자신은 앞으로도 다른 노력을 할 생각은 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한다.
산업화 이후에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은 어디까지나 부품처럼 잘 끼워 맞춰서 쓸 사람이 필요했기에 교육도 그런 방향을 따라갔다.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렇게 만들어낸 사람들이 창의적일 수가 없지만 오피니언 리더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창의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12년을 꼭두각시처럼 키워내 놓고 갑자기 사회에 나와서 스티븐 잡스처럼 될 가능성이 있을까. 영화 올드보이에서처럼 가두어 놓은 상태에서 군만두만 계속 먹이다가 사회에 풀어놓으면 그 사람이 윤리적으로 바람직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면 미친 생각을 가진 것이다.
한국사회는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하나의 획일적인 잣대로 차별을 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그들에게 부여되는 간판에 목을 매는 것이다. 내가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과 다른 교육관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져 보이는 교육관을 가지기 싫어한다. 지금도 전국을 돌아다녀보면 어떤 시험이나 지위에 올라갔다는 것을 자랑하듯이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다. 그렇게 공개적으로 칭찬을 받지 못하면 억울하다는 듯이 혹은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필자는 사람이 겉으로 드러낸 모습은 빙산의 일각처럼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면 아래에 있는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있고 인간답지 않은 모습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능성이 열렸다고 생각할 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수면 아래에 숨겨진 빙산을 드러내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적어도 수면 위로 드러낸 모습만을 믿게 된다면 사회는 다양성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다양성이 없는 사회는 발전의 가능성이 없다. 중요한 것을 보려는 노력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은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내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과 연결이 되어 있다. 당신은 무엇을 보면서 살고 싶어 하는가.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