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묘의 순간들 IN 대전

월평도서관 북카페, 채색된 그림보다 더 아름답게 연필로 그려낸 소묘

드로잉이라는 것은 그림을 표현할 때 있어서 기본적인 수단이자 마무리가 되기도 한다. 드로잉은 손에 힘을 빼는 과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고 긴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제 도서관이라는 곳은 다양한 주제와 색다른 전시를 통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림 하나하나에는 완성하기 전까지 감정 혹은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다. 화가들은 그 기억들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0R5A3864_новый размер.JPG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미래를 위한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고 건강을 위해서 운동도 간간히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생각보다 바쁘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1주일에 낼 수 있는 시간의 한계도 있고 원래 그림 전공도 아니었지만 가고 싶은 길이 있으면 만들어서라도 가는 성격이어서 그런지 꾸준하게 길을 걸었을 뿐이다.

0R5A3856_новый размер.JPG

전국에 있는 도서관을 수없이 방문해 보았지만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곳에 자리한 도서관을 자주 방문하게 된다. 월평도서관은 대전에서 비교적 늦게 완공한 곳으로 최신에 만들어진 다른 도서관보다는 조금은 올드할 수 있지만 깔끔한 공간이다.

0R5A3858_новый размер.JPG

요즘에 새롭게 자리한 도서관들의 특징은 1층의 공간을 사람들이 오가는 곳으로 북카페와 더불어 가볍게 이야기하고 공부와 자신만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두었다는 점이다.

0R5A3859_новый размер.JPG

풍경도 좋지만 사람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이 가진 내면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때론 삶의 고통과 성찰, 성장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이는 보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으로 전달이 될 수가 있다.

0R5A3860_новый размер.JPG

항상 스케치를 시작으로 이 그림이 어떻게 완성될지는 예측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점점 더 세세하게 바라보고 그 사람이 가지는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시작한다. 단순히 사진처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입체화를 통해 살아 있는 모습 그 자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필을 든다.

0R5A3861_новый размер.JPG

인간은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며 창의성을 가질 수가 있다. 뉴런으로 이어지는 신경망 그 자체가 추상하게 만들기도 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소묘라는 것은 연필의 중첩을 통해 사람의 얼굴의 입체화 과정을 거친다. 여성이 앞머리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머리를 길러야 하는 것처럼 빈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채워야 한다.

0R5A3862_новый размер.JPG

사람이 걸어가는 길은 남들이 모두 다 걸어가는 길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 모두가 걸어가는 길은 손쉽게 갈 수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가기 때문에 앉을만한 자리가 많지가 않다.

0R5A3863_новый размер.JPG

AI가 그림을 만들어내고 어떤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 그렇지만 챗GPT로 뽑아낸 언어에서 무언가의 부족함을 보는 것처럼 그림에서는 그런 것들이 느껴진다.

0R5A3866_новый размер.JPG

한 권의 책을 읽고 계속 쌓이다 보면 사람에게 결이라는 것이 생긴다. 그것은 말은 하지 않아도 비언어적인 표현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얼굴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0R5A3867_новый размер.JPG

어떤 것들은 유명해지기 전에는 알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은 미래의 무언가를 위한 리허설이 아니다. 현재가 바로 인생 그 자체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떤 것들을 켜켜이 쌓아두는 것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자신의 그림처럼 내면에 쌓아놓은 그 무언가가 되어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머무름과 기억의 중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