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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류정의 여름

시간이 멈춘 듯이 신록에 물들 때 나주의 여름은 따뜻했다.

물이 푸르게 흘러가듯이 삶도 유유히 흘러가면서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때론 시간이 멈춘 듯이 신록에 물들고 싶을 때가 있다. 옛 선비들이 풍광을 좋아하고 오래되었지만 성성한 나무와 이제 막 올라오듯이 자라나고 있는 싱싱한 나무들이 어우러지며 여름날의 풍경을 채워놓고 있었다. 나주에 조성된 메타쉐콰이어 숲길을 지나가서 전통마을 도래마을에 머물러보기도 하고 푸른색의 물결이 머물 것 같은 정자 벽류정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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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 벽류정이라는 정자는 마을의 논이 있는 곳을 지나 안쪽의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조차 잘 못 알려줘서 몇 번 헤맨다음에 가볼 수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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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전라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된 벽류정은 1640년(인조 18) 김운해(金運海, 호는 벽류정)가 건립하여, 1678년(숙종 4)과 1862년(철종 13)에 중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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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는 마치 휴식공간처럼 건물을 활용하고 있는 듯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에도 마을분들이 정자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벽류정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홑처마 팔작지붕건물로 중앙 어간에 재실(齋室)을 둔 단층 유실형(有室形)으로서 전후좌우 정대칭 공간을 구성하였으며, 돌다짐식 축산(築山) 위에 낮은 외벌대의 허튼층 기단을 쌓아 넓적한 덤벙 주초를 놓고 원형의 외진 주(外陣柱)와 방형의 내진주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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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류정을 찾아다니다가 못 찾을 것 같아서 지나가려고 했었는데 우연하게 벽류정으로 들어가는 이정표를 보고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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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흥하기 위해서는 왕족과도 연결이 되어야 했다. 나주가 역사 속에서 등장한 것은 왕건이 나주를 점령하려고 내려왔다가 나주 호족 오다린의 딸과 완사천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고 고려 2대 왕인 혜종을 얻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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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류정은 보존상태가 양호한 정자다. 중재실(中齋室)의 내진 4 고주는 무량결구(無樑結構)로 보 대신 인방(引枋)을 ‘井’ 자형으로 길게 걸어주고, 그 인방들은 4 고주에 매입하지 않고 중심을 비켜 이음 하였다. 문은 4면 모두 2 분합 들어 열개문으로 하여 재실의 사방을 개방할 수 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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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잘 통과하는 구조의 건물인 이곳에서는 대청마루에 앉아서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기에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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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에는 시냇물이 흘러가고 있고 나무들이 자리한 곳의 옆으로 대나무밭도 자리하고 있다. 정자는 중앙 어간에 재실(齋室)을 둔 단층 유실형(有室形)으로서 전후좌우 정대칭 공간을 구성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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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불회(春佛會) 추내장(秋內藏)’이라는 표현이 있다. 봄날에는 나주 불회사를 보러 가는 것이 좋고 가을 풍경은 정읍의 내장사 단풍을 보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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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류정 내부에는 벽류정중수기 碧流亭重修記 · 중수벽류정상량문 重修碧流亭上樑文 등 11개의 편액과 각종 시문(詩文), 그리고 민규호(閔奎鎬)와 신헌(申櫶)의 글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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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벽류정은 영산강의 지류의 금천이 흘러가고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간결하면서도 날렵한 느낌의 벽류정은 낮은 구릉 위에 단아하면서도 멋을 낸 정자가 있어서 그런지 더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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