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바람에 흩날리는 풍광의 무진정
겨울의 동백꽃은 애절하게 보이고 봄의 벚꽃은 화사하게 흩어지며 여름꽃은 진하디 진해서 정열적이다. 경남의 함안이라는 지역은 여름에 방문하면 좋을 그런 풍광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함안을 대표하는 정자라고 하면 자연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풍경의 무진정이다. 무진이라는 의미는 불교에서 사용되는데 진리의 끝없는 보물창고라는 의미가 있다. 풍부함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경상남도에는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 적지가 않은데 함안군도 그런 곳 중에 하나다. 함안의 핫플레이스이면서 걷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 아름다운 정자 무진정으로 초대해 본다. 연못과 암석 그리고 작은 산처럼 보이는 곳에 자리한 정자 무진정은 중종 때 사헌부집의와 춘추관편수관을 역임하였던 조삼(趙參)이 기거하던 곳이었다.
이곳이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이유는 바로 함안 무진정 낙화놀이 때문이다. 함안낙화놀이는 조선 중엽부터 함안면 괴항마을에서 전승되어 온 전통 민속놀이로, 매년 4월 초파일 개최되고 있다. 우리나라 불놀이 유형 중 최초로 2008년 경상남도무형유산으로 지정된 함안낙화놀이는 숯가루가 불을 머금고 바람에 흩날리며 장관을 연출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아침에 찾은 무진정은 고요하지만 이 시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만한 느낌의 공간이다. 모든 일이 세상을 대하는 자기 방식에 감응해 되돌아오는데 자신이 베푸는 것들에 대해 정성을 가득 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크고 작은 고목들이 무진정의 연못의 주변으로 심어져 있다. 함안은 아라가야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아라라는 표현자체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고대 가야 역사가 어우러진 여행지 함안에는 악양생태공원, 함안강나루생태공원과 무진정, 봄철 유채꽃과 가을철 코스모스가 만개하는 악양둑방길이 있다.
나무들의 사람의 키높이보다 낮게 가지를 뻗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걸어서 돌아봐야 한다. 무진정으로 건너가는 길은 여러 길이 있는데 어떤 길로 넘어가든지 간에 다른 감성을 부여해 줄 것이다.
지난봄에 감동의 불꽃이 흩날리듯이 떨어진 함안 낙화놀이를 지나갔지만 그 불꽃의 향연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함안 낙화놀이는 조선 선조 재위 당시 함안군수로 부임한 정구 선생 때 액운을 없애고 군민의 안녕과 한해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서 시작됐다. 하얀 저고리와 바지를 입고 뗏목을 타고 연못 위에 낙화봉을 매다는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이곳을 가득 채운다.
기암괴석과 그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이 궁금하다면 함안 무진정을 방문해 보면 된다. 함안의 중집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함안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이곳을 빼놓지 않고 방문해 보기를 권해본다.
성산의 왼쪽 갈래가 뻗다가, 서북쪽으로 굽어서 성난 말 같은 기세로 고을의 성을 에워싸고는 동쪽으로는 청천에 이르러 목마른 용이 물을 마시고 고개를 치켜드는 것 같은 곳의 산마루에 정자를 지은 것이 무진정이라고 한다. 정자의 규모는 2칸으로 서쪽으로는 온돌방이고 동북으로는 모두 창으로 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푸른 암벽이 있는데 큰 냇물이 남쪽에서 굽이쳐 흘러오는데 맑은 거울과 같다.
정자에 누어서 산을 보고 구름을 병품으로 삼고 여름의 열기를 식히는 맑은 바람 속에 과거 현자의 글과 같은 시흥을 느끼면서 보내기에 좋다. 높은 벼슬이 비록 영화롭기는 하지마는 욕됨이 따르는 것이므로 군자는 용퇴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한다.
옛이야기에 귀가 기울어지는 이유는 같은 공기를 마시고,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의 감정을 느끼고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공감하는 것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기술이 발달하고 많은 것이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기 자신에게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내, 발견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이야기를 접하려고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함안에서 제법 괜찮은 풍광을 만나고 나니 기분마저 유쾌해진다. 특별한 방식으로 특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AI시대에 우리는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이렇게 낯선 곳으로 발길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