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 생각의 벙커에서 만나는 다채로운 색감의 공연 그리고 전시전
금의 순도를 이야기할 때 999와 999.9가 있다. 999는 99.9%는 순도 99.90% 이상을 의미하고 999.9는 순도 99.99% 이상을 의미한다. 그런 순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일까. 당산 생각의 벙커에서는 6월 4일부터 7월 20일까지 999.9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공모를 통해 선정한 10개의 전시와 퍼포먼스, 7개의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이 당산 생각의 벙커를 다양한 실험 예술 공간으로 채워두었다.
지난 50년 동안 전시에는 지휘통제소, 평시에는 충무 시설로 사용되던 공간으로 충무 시설의 역사를 뒤로하고 도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한 실험적인 공간으로 개방하고 있는 당산생각의 벙커는 독특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곳이다.
당산 생각의 벙커 자체는 무채색의 공간이다. 무채색의 공간에 다채로운 색깔의 작품과 조명이 설치가 되어 있으니 오히려 더욱더 부각되어 보이는 장점이 있다.
어두운 곳이어서 조금의 빛만 있으면 더 다채롭고 화사해 보인다. 이 공간에서 보는 흰색의 나무는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미나트리스를 보는 것만 같다. 오래된 고목들이 세월의 흔적을 이겨내고 자리한 그런 무언가를 닮아 있다.
닫혀 있던 회색빛 공간의 당산 벙커를 생기 넘치는 컬러로 채우는 데에는 시각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풍부한 볼거리가 한몫을 하고 있다.
7월까지 다채로운 체험뿐만이 아니라 공연도 열리고 있으니 자주 방문할수록 더 많은 다채로움을 만나볼 수가 있는 당산 생각의 벙커다.
어떤 공간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포스터부터 우리에게 익숙해 보이는 오래된 애니메이션과 함께 재미있는 옛날의 모습을 살펴볼 수가 있어서 좋다.
왕조현 주연의 천녀유혼을 본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곳에서 포스터를 만나볼 수가 있었다. 이때 중국어를 하나도 몰랐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이 보아서 천녀유혼의 대사를 외웠던 것이 기억이 난다.
이 공연은 조금은 더 독특해 보였다. 이제는 과거의 모습처럼 지나가버린 복싱장과 더불어 공연이 펼쳐지는 모습은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재미가 있기도 했다.
당산 벙커가 위치한 이 산이 당산이라고 불린 것은 백제의 토성이 있던 이 산의 당집(신을 모셔 받들어 위하는 집)에선 매해 ‘청주의 안녕을 비는’ 산신제가 열렸기에 당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렇게 6월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아직은 본격적인 여름은 아니지만 당산의 벙커로 들어오니 조금은 더 에너지가 있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어두운 무대 위에서 숨 가쁜 복싱 경기와 우아한 클래식 선율의 교차, 전방위적인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인 팀 클럽 모다트와 함께 젊고 뜨거운 열기를 느껴볼 수가 있다. 당산 생각의 벙커에서 열린 전시 열음식에서 999.9 프로젝트의 나머지 빈틈 0.1은 관람객의 참여로 채워진다고 설명했다. 관객이 있기에 전시는 완벽해질 수 있으며 더 발전을 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