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관계
어떤 사람들은 인연을 쉽게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인연을 쉽게 생각하면 스스로를 망치게 하는 지름길이 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에 대한 신뢰다. 좋은 관계는 노력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좋은 관계가 그냥 만들어지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좋은 관계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예전에 알았던 사이였기 때문에 분명히 자신이 힘들 때 도와줄 것이라는 착각을 한다. 그런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상대를 도와주는 사람은 그냥 호구다. 호구가 아닌 이상 그렇게 띄엄띄엄 연락하는 관계 혹은 필요에 의해서 연락하는 관계를 반가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방으로 촬영을 가면 숙소에서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이번에 본 드라마는 악연이라는 넥플릭스 드라마였다. 6부작으로 만들어진 악연은 말 그대로 대충대충 인연을 만들어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물고 뜯기는 관계라고 할까. 우선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은 채남이라는 사람이다. 돈에 의해 살아가고 돈을 우습게 알았던 이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조차 자신의 이득에 의해 죽이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채남에게 조선족 출신인 장길룡과 엮어지고 이 인여은 호구 같은 한의사 안경남과 그를 털어먹으려는 여자 유정 그리고 유정과 엮여 있는 목격자와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외과의사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악연을 쉽게 생각한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범죄는 대부분 악연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드라마속에서 여섯 인물의 결정은 도미노처럼 연결되어 있는데 승자가 없이 모두를 비극으로 멈추어가게 된다.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어떤 특정한 목적 없이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사람이다. 친구나 이성들 일부는 자신의 목적을 숨긴 채 마치 상대를 챙기는 것처럼 갑자기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전혀 친해질 수 없는 관계 혹은 서로에게 득이 되는 관계는 신뢰가 없는 관계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사람들에게 신뢰 있는 관계를 보는 기준은 일관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관성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걸 스스로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상대방의 잘못은 크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악연은 이런 사람들의 단순하면서도 무지한 모습으로 채워진다. 다들 자신의 계획이 얼마나 엉성한지 깨닫지 못한다. 많은 범죄자들은 자신이 매우 똑똑하고 치밀하다는 착각을 한다. 그래서 뻔하게 잡힐 범죄를 하는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가 어떤 행동을 하고 실수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악연이라는 것은 자신의 결정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삶의 상당 부분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크고 작건 간에 선택에는 무게가 따른다. 그 무게는 계속적으로 선택하면서 더 이상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여기에 인간의 욕망이 결부되면 대부분 파국으로 결말이 난다. 개인적으로 갑자기 연락한 동창들의 연락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결같이 그들은 평소에 거의 인연이 끊어지다시피 하다가 돈을 빌리거나 보험이나 다단계등의 영업을 하기 위해 친한척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지인들과는 인연도 이어나가지도 않고 관계를 차갑게 끊어낸다.
좋은 인연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은 갑자기 생겨나지도 않고 짧은 시간의 노력으로 신뢰가 생기지도 않는다. 악연은 참 만들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악연은 인간의 욕망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악연의 시간은 짧다. 길게 갈 수도 있지만 그것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기게 된다.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보다 살아가다 보니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사람은 악의는 없더라도 도움이 되는 경우는 없다. 좋은 사람은 착한 사람이 아니라 신뢰 있는 사람이다. 좋은 인연이라는 것은 내면의 발전을 이끌어내지만 선택에 대한 영향은 적다. 악연은 서로의 관계를 모두 태워버려서 망치는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