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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의 여름

물길 따라 걷는 길에서 보이는 강경미내다리에서 강경포구까지

여름이 되면 찌는듯한 무더위 그리고 흐르는 땀이 당연한 것인 줄 알면서 매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어린 시기에는 제대로 된 냉방시설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란 생각도 들면서 가끔씩 찾아오는 흐린 날씨가 때론 반갑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여름에는 물놀이가 가장 좋기는 하지만 그냥 어딘가에 놓여 있는 여름풍경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강경의 여름 역시 무척이나 따뜻했지만 물길 따라 이어지는 풍경이 있어서 괜찮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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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천에서 강경포구로 흘러들어 가는 천은 두 갈래이다. 강경미내다리가 자리한 강경천과 강경원목교가 자리한 논산천이다. 길이 30m, 너비 2.8m, 높이 4.5m. 1973년 충청남도 유형문화재인 강경미내다리는 미내라는 승려가 시주를 받아서 만들었다는 데서 그 이름이 연유하였다는 기록이 비문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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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홍수로 인해 물이 가득 차면 모를까 강경미내다리를 천을 넘어가기 위해 사용할 일은 없지만 오래전에 사용했을 구조물의 형태를 온전하게 볼 수가 있다. 몇 ㎞ 떨어진 원목다리와 형태는 거의 같으나 이 다리가 더 크고 우람하며 치석(治石)이 정교하다. 이 다리는 3개의 홍예(虹霓 : 무지개모양)로 된 돌다리인데 가운데 홍예가 가장 크고 남북 쪽의 것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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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는 것 같더니 다시 날이 무더워지고 있다. 벌써 7월이다. 역사 속에서 새로운 흔적을 만나는 일은 자신을 일구는 것처럼 옛 것을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자연이 식물을 기를 때 햇빛과 토양과 씨앗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 역시 스스로를 성장하게 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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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천을 흘러서 가다 보면 강경의 근대문화역사거리가 나온다. 지금도 조성 중인 이곳에는 근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건물과 맛집들이 들어서고 있다.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고 음미하는 데서 구현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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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의 안쪽으로 들어오면 강경포구가 자리한 곳에 강경의 옛 모습들을 담은 벽화도 볼 수가 있다. 지금 보고 온 강경 미내다리를 그려놓은 것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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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더 안쪽으로 들어오면 서낭당과 강경의 물길이 이곳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강경의 소박한 조형물이 보이는데 이 안쪽으로는 강경 소금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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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소금문학관에서는 지난 6월 시민들에게 다채로운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기획한 이번 공연은 강경의 낭만적인 노을을 배경으로 올해 두 번째 루프탑 콘서트가 개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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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따란 금강이 보이는 둔치로 나오면 쭉 뻗은 도로와 여름꽃이 만개한 곳에 산책로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매년 강경젓갈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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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은 강경천과 논산천이 금강으로 흘러드는 지점에 발달한 천혜의 내륙항으로, 1930년대까지 금강 하구의 관문이었다. 강경 소금문학관에서 만난 콘서트처럼 강경의 해 질 녘 아름다운 노을과 함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음악과 마법이 어우러진 순간을 만나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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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자신만의 생각과 길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자기만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묵묵히 탐구해가는 중에 세상으로부터 잠시 물러나 자신의 내면으로 몰입되는 과정속에서 계절의 변화 그리고 이렇게 뜨거운 여름에도 잘 살아있음을 느껴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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