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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vs 공교육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면서도 해결하고 싶지 않은 정치

최근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낙마하였다. 그 사람에 대한 지명철회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다. 여가부장관 후보자의 경우야 그들만의 리그에서 갑질의 문제가 전 국민에게 어필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물론 갑질을 한국사람들은 싫어한다. 그렇다고 해서 직장에서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그들만의 리그까지 국민들이 감정적으로 동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제가 없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보좌관에 대한 갑질이 곧 국민에 대한 갑질이라고 연상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교육부장관은 문제가 컸다. 우선 논문표절과 같은 이슈야 매번 거론되는 문제다. 그쪽에서 일을 해봐서 알지만 사실 석사, 박사 논문이라고 해봤자 별거 없다. 물론 김건희논문과 같이 글 같지도 않은 글은 거론할 가치도 없지만 적당히 1 저자에 올리고 애매한 사람들은 2 저자등 공동저자에 올리는 것이 그쪽 업계의 일상이다. 대단한 연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의 연구에다가 파생하듯이 그냥 적당하게 버무려서 올린 결과에 뭐 그리 비중을 두겠는가.


문제는 그 사람자체의 자질에 있었다. 한국의 교육부장관의 후보자의 자식이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물론 돈 많고 여력 있으면 자식을 해외에 얼마든지 유학시켜도 된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이 교육부장관이 되면 안 된다는 의미다. 게다가 보편적인 한국의 교육현실과 너무나 괴리가 있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믿지 못해서 혹은 더 좋은 성과를 위해 자식을 유학시킨 사람이 한국 교육시스템의 근간을 건드리겠다는 것이 매우 이상한 일이다. 지금도 사교육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마당에 말이다.


공교육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것은 사교육을 너무 많이 그리고 일찍 시키는 데 있다는 것을 누구나 모르지가 않다. 정말 대단한 실력이 있는 학생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 많이 들이고 더 빨리 시킨 집의 자식이 미리 배웠기 때문에 생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공교육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헛소리만 하는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엄청난 수준의 과학이나 국어, 수학,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생을 차별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상당한 돈을 들이게 하는 것이 한국교육현실이다.


경제적인 여력이 되지 않는데 앞서서 달린 학생들이 대다수라면 어쩔 수 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 사교육이다. 앞서서 달려봤자 의미 없게 만들어버리면 될 것을 오히려 변별력 같은 잡소리를 떠들어대면서 난이도를 올리고 앉아 있다. 이미 수능은 태어난 집안부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평하지 않은 시험인데 그걸 공평하다고 말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그걸로 인해 나름 좋은 위치를 선점한 학생들은 그것이 자신의 능력인지 알고 착각하게 만든다.


대학진학률이 이렇게 높을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누구나 가는 것이 정상인가. 대학 나온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심지어 대학을 졸업했는데 공무원에 몇 명합격했다는 플래카드 따위를 거는 대학도 있다. 아니 공무원을 할 거면 왜 대학에서 전공을 선택하는가. 그 쓸데없는 돈지출은 사회적 비용에 불과하다. 그렇게 사교육 시키고 대학을 갔다가 나와서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면서 그 대학의 타이틀을 내거는 것도 매우 이상한 일이다. 애초에 자신의 적성 따위는 모르고 그냥 내달렸는데 생각해 보니까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것 아닌가.


이른바 인서울등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어서 결혼할 때 짝을 맞춘다는 현실 속에서 마치 등급을 찍듯이 나누면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하고 자신의 길이 아니 러더라도 걸어야 하는 현실이 정상인가. 어차피 지금처럼 5세 고시 7세 고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이어지는 그 난이도 있는 시험을 통과해도 학습능력에는 큰 차이는 없다. 마치 그 수준이 낮아지면 큰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 떠는 업계는 사교육업계다. 사교육 같은 것이 필요 없이 공교육을 통해 시험을 봐도 되는 수준의 문제를 출제하고 그 점수를 맞는 학생들이 많으면 그냥 랜덤으로 뽑게끔 만들면 된다. 그럼 누가 미친 듯이 돈 들여서 자기 자식을 사교육 시키려고 할까. 어차피 소용없는 짓인데 말이다.


보이지 않는 신분을 만들고 편 가르기를 하고 개인적으로 혹은 조직, 집단의 이득을 대변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사교육은 존재한다. 그 본질을 보지 못하거나 알았더라도 그걸 타파할 수 없다면 한국의 공교육은 정상으로 갈 수가 없다. 특정한 중학교나 고등학교, 대학교를 들어갈 때 그정도 난이도가 있는 시험이 아니라 상당수의 학생들이 갈 수 있는 수준의 시험을 치르게 하고 랜덤으로 들어가게 해주면 된다. 경제적으로 혹은 지리적으로 여건이 좋았던 가정에서 이런 결과를 보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교육을 시켰나라는 허탈감에 들게끔 하게 말이다. 물론 학생들의 학습수준이 낮아진다는 헛소리를 하겠지만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별차이가 없다. 그 시기에만 그렇게 보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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