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을 마지막으로 그 끝을 보이고 있는 국산 자전거의 신화
한국에서 대기업의 3세대가 경영하고 나서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가 많지가 않다. 너무나 많은 자본을 축적해서 어떻게든 굴러가고 있는 대기업을 빼놓고 그 정도 자본은 축적하지 못한 회사들은 대부분 하락세속에 망한 기업들이 많다. 지인에게 삼성전자가 발전가능성이 낮은 기업이어서 앞으로 주식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세대경영 속에 이재용이 삼성전자를 혁신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안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1세대 경영자는 말 그대로 정치권과 결탁이 있다고 하더라도 가진 것이 없고 이미 산업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일구었기 때문에 성장동력이 있었다. 2세대 경영자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성장하였는지 배우면서 성장하였다. 물론 경제적으로 상당히 여유가 있는 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떻게 혁신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갈망이 있다. 문제는 3세대부터다. 이미 모든 것을 가진 상태에서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결핍이라는 것을 모르고 자라난다. 이건 신데렐라꿈을 꾸는 여자만 좋고 기업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된다.
옛날 세대분들은 알겠지만 자전거는 지금의 자동차처럼 상당히 비싼 이동수단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집이 얼마나 부유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했었다. 그러던 중에 1944년 김철호라는 사람이 자전거 부품 제조공장인 경성정공을 만들게 된다. 경성정공은 1952년에 기아산업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그해에 최초의 국산자전거인 삼천리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때에도 자전거는 비쌌지만 일제강점기만큼은 아니었다.
아무튼 자전거를 독점하듯이 생산하면서 성장하던 기아산업은 마쓰다자동차와의 기술 제휴로 삼륜화물차를 생산하면서 자전거와 자동차를 함께 생산하다가 1973년 장점인 김상문에게 자동차부문의 경영을 맡기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인 성장은 1976년 아시아자동차공업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자동차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자전거산업의 성장도 거칠 것이 없이 성장하게 된다. 삼천리 자전거는 고속성장을 하면서 1990년 중반까지 한국에서 국산자전거 점유율로만 본다면 독과점을 이루었다. 필자도 자전거를 많이 탔던 사람으로 삼천리자전거를 구입한 적이 있었다. 삼천리자전거의 정점은 레스포자전거 브랜드였을 것이다.
기업이 분리된 채로 성장하던 기아산업은 기아자동차로 1990년에 상호를 변경하고 프라이드, 스포티지, 세피아, 크레도스, 엘란, 카니발까지 출시하였지만 1997년에 경영실적의 악화로 부도가 나고 1998년 10월에 현대그룹에 인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에 기아자동차가 부도가 났을 때 크래도스는 거의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을 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자전거산업의 호황을 계속 누릴 줄 알았던 삼천리자전거는 2000년대 들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삼천리자전거 역시 1997년 IMF때 경영악화로 국내 공장 두 곳을 매각하고 옥천공장만을 남겨두었다가 결국에는 그 공장을 매각하고 자전거를 중국에서 생산해서 국내에서 팔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의 다른 브랜드들도 국내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삼천리자전거는 오래된 느낌과 아저씨들이나 타는 자전거의 이미지로 전락하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10년대부터는 배터리가 들어간 자전거등이 인기를 얻었다. 골프붐이나 등산붐이 일었던 것처럼 1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자전거에 돈질을 하던 사람들로 인해 온갖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는 자전거를 뽐내며 다니던 자전거 마니아들이 있었다. 이 시기 삼천리 자전거는 그냥 동네에서 자전거 고쳐주는 영업점 정도로 전락을 해버렸다.
삼천리 자전거도 3세대가 경영하면서 부족할 것 없이 자란 덕분에 기업의 돈을 어떻게 빼내느냐에만 집중을 했었다. 삼천리자전거라는 회사의 지배구조를 1인기업과 연결하고 일부 자금은 참 좋은 여행을 설립해서 그곳에 투자를 하며 나름 문어발식 경영을 했다. 그리고 지금 그 경영자는 횡령과 배임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자전거의 거품이 2010년대 중반에 급속하게 빠지면서 비싼 자전거를 사는데 돈을 써도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으니 자전거산업은 급속하게 저물기 시작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전국의 지자체들은 공공자전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비싼 자전거를 타더라도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고 2025년 현재 자신의 자전거를 구입해서 사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생각되기까지 한다. 어차피 자전거는 그냥 이동만 하면 되는 건데 굳이 보관도 해야 하는 자신의 자전거를 가질 이유도 없었다. 1,000만 원짜리 자전거를 가지고 있은들 사람들이 아무런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자기만족이라고 해도 견기기가 어렵다. 그런 비싼 자전거와 각종 용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돈을 쓴 의미가 생긴다. 여자들이 명품가방을 지인들 만날 때 어떻게든 들고나가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자들에게 보여줘봤자 별 의미가 없다. 왜 그런걸?...이라는 반응보다는 어머~~ 이가방은?이라는 반응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삼천리 자전거는 그렇게 사라져 갈 것이다. 물론 아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자전거는 자신을 과시하는 수단도 아니고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 시대에 공공자전거의 역할은 더욱더 커질 것이다. 그렇게 전국을 누비겠다는 의미의 삼천리 이름을 붙은 자전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