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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의 경제

경제적으로 여력 없어도 돈이 벌릴 것이라는 환상

1985년 9월 22일에 프랑스, 서독, 영국, 미국, 일본의 재무장관들이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남단 5번가에 위치한 플라자 호텔[2]에서 진행한 환율 조정 합의를 통해 1달러당 240엔 정도 하던 환율이 120원으로 떨어져 버렸다. 미국의 강압적인 압력으로 이루어진 것이었지만 이로 인해 일본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미국의 중산층 가정을 채워 넣던 일본의 제품들의 가격이 순식간에 올라가 버리는 효과가 나오면서 일본제품의 대미수출이 극도로 위축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제품이 일본으로 수출이 잘 되었으냐고 보면 그렇지는 않다. 일본인들에게 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 중에 살만한 것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하고 디테일하며 완성도 있는 제품을 원하는 일본인들에게는 미국제품이 그다지 매력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선 일본 대기업들은 내수를 주목을 했다. 그리고 갑자기 일본인들은 모두 부자가 된 착각을 일으켰다. 일본엔화를 들고 외국을 나가면 두 배의 자산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 당시에 일본인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산을 사들였다. 갑자기 환율이 조정이 되어버렸으니 50% 할인해서 살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일본인들은 자산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살았다. 칙사의 경제가 시작이 됨과 동시에 일본의 경기가 급속하게 식어 들어가자 일본은행은 금리를 0%대로 낮추어버린다. 이 돈들은 부동산과 주식으로 몰려들어갔다. 오를 이유가 없는데 그냥 오른다는 믿음이었다. 기업들은 그런 실적을 낼 수 있는 제품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사는데 사실 기업은 실적을 낼 수 없는 상태이며 부동산은 아무런 부가가치를 생산하지도 않을 것인데 가격은 올라갔다. 그렇게 그런 의미 없는 착시의 경제는 90년대 초반에 터진다.


어떤 게임을 할 때 사람들은 무너지기 전까지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일본은 그전까지의 호황과 플라자합의로 인한 극적인 자산의 거품, 갑작스러운 금리하락으로 인한 모두가 미쳐버린 부동산과 주식거품의 합작이 만들어버린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은 일본처럼 극적으로 전 세계적인 수출호황을 누려본 적은 없다. 물론 대기업위주의 수출로 한국의 경제적인 순위는 유지가 되었지만 과거 일본만큼 영화를 누려본 적이 없었다.


최근 한국에서 대주주의 양도세 기준을 50억에서 10억으로 내리는 것에 대해 국민청원까지 하는 것을 보고 참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염려해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동의를 했을까. 한국사람들은 종합부동산세나 상속세등을 낼 것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 사람도 그런 것에 흥분을 한다. 자신과 관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에게 다가올 것처럼 착시를 일으키는 것이다. 대주주의 양도세 기준이 10억으로 낮아진들 영향을 받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그들이 말하는 대주주가 연말에 팔고 나가서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주식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의미 있는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한국의 주식시장을 만들 것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더 커질 수 없는 이유는 각종 제도가 잘못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도박판으로만 생각한다면 그런 주장을 할 수는 있다. 인생 한방이지 뭘 기다리고 쥐고 있어라는 생각을 한다면 당연히 그런 정보에 흥분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그런 방식이 얼마나 유지가 될까. 극히 일부 사람들은 exit를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모두 물린다.


서울의 그 비싼 부동산에 거주하면서도 역세권을 외친다. 우선 그 정도의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가 않다. 쓸 돈도 없으니까 그나마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조식을 주는 새로 입주한 아파트단지도 월 얼마 되지도 않는 돈에 그 서비스를 중단하자고 외친다. 그 돈은 아파트가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의 돈이다. 즉 그 정도 경제적인 여력도 없이 거주하면서 삶의 질을 무한대로 낮추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인이나 언론, 경제인들도 웃긴 것이 아파트 등을 구입할 때 대출은 최대한으로 해주는 것이 생활수준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임급을 올려주는 것에는 매우 부정적이다. 비싼 집을 구입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임금인상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하는 아이러니한 주장을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나라가 망해도 자신들은 살만하니까 국민들이 나머지를 감당하라는 것밖에 안된다. 버블붕괴로 일본이 망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현재시점에서 보면 최저시급도 한국보다 낮고 대기업임금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낮은 것이 일본이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금액이 낮아져서 한국주식이 못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가 없으니까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몇몇 기업을 빼놓고 미래가 밝은 기업이 얼마나 있을까. 트럼프의 횡포라고 말하면서도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일본이 플라자합의를 할 때의 전 세계 대기업순위에서 차지하는 숫자는 현재 한국과 비교도 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미국은 적당한 시기에 이웃국가를 털어먹으면서 패권을 유지해 왔다. 미국에게는 우방이라던가 동맹 같은 것은 큰 의미는 없다. 다른 국가의 양털깎이를 유난히 좋아하는 국가일 뿐이다.


적어도 정치, 언론, 경제계는 이권이 있으니 그렇다고 치자. 대다수가 전혀 관계없는 것에 왜 휘둘릴까. 왜냐면 자신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착시와 더불어 언젠가는 나도 잘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잘 사는 것 따위에는 관심은 없고 나만 잘 사는 것을 바라봐주는 사회에서 부동산 버블을 키우고 당연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따라가는 것조차 거부감이 들게 된다. 분명한 것은 어떤 순간이 오면 반드시 버블은 터진다. 게임을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악어의 입에 손가락이 물리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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