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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의 시대, 현금이 마지막 희망

동맥경화의 나라: 100만 자영업자의 폐업이 말하는 한국경제의 현실

2024년, 그리고 올해도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해에 10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한계와 미래의 어두움을 보여주는 신호다. 그러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 이미 한국 정부는 6년째 적자재정을 이어가고 있다. 들어오는 세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개인으로 치면 마이너스 통장은 한도까지 꽉 차 있고, 주택담보대출은 이자 감당조차 버거운 상황과 다르지 않다.


최근 나는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며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보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거리를 걸으며 간접적으로 봤다면, 요즘은 그 속으로 들어가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곳곳에서 ‘경제의 동맥경화’가 시작된 것이 느껴진다. 특히 1970년대생들이 대거 자영업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는데, 이들은 ‘폐업이 예정된 창업’을 하고 있다. 누구도 폐업을 원하지 않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여성 창업이 많은 미용실, 네일케어, 필라테스 업종 역시 미래가 밝지 않다. 여성들도 생존할 수 있는 직업과 수입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점점 더 벽에 가로막히고 있다.


주식시장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최근의 주가 상승은 체질 개선의 결과가 아니다. 일부 기업이 실적을 내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외국 자본이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단기 이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빚테크’로 뛰어들고 있다. 달러를 무한히 찍어내는 미국보다 더 빠르게 가치가 떨어지는 원화는, 결국 한국인의 주머니를 가장 먼저 조여 올 것이다.


손님을 아무리 잘 대접해도, 굶주린 현실 앞에서 유흥에 돈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이고, 내년 1.5% 성장률도 기저효과일 뿐이다. 소비심리는 이미 얼어붙었고, 지출 우선순위는 유흥 → 가전 → 요식 → 의류 → 교육 → 보험 → 의료 순으로 줄어들고 있다.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나는 최근 금을 다시 매입했다. 인플레이션의 누적이 금의 가치를 다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금이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이제는 자산 방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국가 단위의 금 매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자산가들도 금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화폐 발행량이 지금처럼 폭발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본원통화가 급팽창하며 금이 다시 그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가 끝난 후 금 시세가 어떻게 변할지 유심히 지켜볼 이유다.


현재 12월 인도분 미국 금 선물은 온스당 3996.40달러로 0.5% 상승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12월 금 가격 전망치를 4300달러에서 49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금 시세는 한 돈당 100만 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원화 가치 하락이 겹치면 ‘김치 프리미엄’이 붙지 않아도 그 가격은 가능하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소비자들은 이미 허리띠를 졸라맸기 때문이다.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집값마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돈이 넘쳐나면 자산가치가 올라야 하지만, 지금은 금이나 은처럼 확실한 실물자산만 선호받고 있다.


이런 시기에는 사기꾼이 늘어난다. 최근 ‘먹튀’ 사례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많다고 한다. 이들은 악의로 자영업자를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이 없는데 먹고 싶은 절박함 때문이라고 한다. 염치가 사라진 사회, 그것이 더 무섭다.


결국 버틸 수 있는 힘은 현금 유동성이다. 1~2년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여유 자금이 통장에 있어야 한다. 주식, 금, 은은 ‘현금’이 아니다. 그것들은 자산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일 뿐이다. 힘들 때 팔아 쓸 ‘비상금’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제 금 장신구는 사치품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 자산’이 되어버렸다. 도난 위험이 커졌다는 것은 단순히 금값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 침체의 반증이기도 하다. 자영업의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대안 또한 없다. 곧 1980년대생들까지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할 것이다. 자영업을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사회 구조, 그러나 그들의 고객층은 점점 줄고 있다. 현재 실업급여를 받는 연령대 중 60대가 가장 많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잠시 일하고, 실업급여를 받고, 다시 일하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 모두가 힘든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여유 있는 사람들도 있고, 풍족한 계층도 존재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의 현금 여유’다. 그것이 잘못된 선택을 막고, 삶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낙관은 위험하다. 그 끝은 마이너스의 연속과 심리적 지옥이다. 2026년, 그 현실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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