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 마애동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바이로차나(vairocana)
항상 삶이 항상성을 유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걱정도 없고 고민도 없고 삶의 부침도 없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항상 그런 상황에 놓여 있지는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그 너머에 있는 존재를 생각해 왔다.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광명의 부처를 고대어로 바이로차나(vairocana)라고 부르며 우리는 비로자나라고 한다. 안동의 자연 속에 잠들어 있는 마애동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 있어서 발길을 해보았다.
마애마을은 안동 최초로 발견된 선사유적지로 강변에 마애솔숲 문화공원을 조성하던 중 깬 석기 등 구석기시대 유물이 대거 발견됐다고 한다. 문화공원은 자연과 유물이 함께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령 100년이 넘는 소나무 3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는 마애솔숲에서 도로를 건너면 산수정이 위치한 마애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망천절벽은 마애마을의 형상이 중국의 망천을 닮았다고 해서 따온 이름이고, '마애'는 강변에 바위를 쪼아 만든 부처상이 있어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산책하기에도 좋고 마애불을 보면서 잠시 고민을 날려보아도 좋은 길이다. 비로자나불 부처님을 형상화시킬 때는 천엽연화(千葉蓮華)의 단상에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 왼손은 무릎 위에 놓고 오른손은 가볍게 들고 있다.
미혹에 결박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일심으로 생각하고 맑은 믿음으로 의심하지 않으면 어디에서든지 그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미혹에 결박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지 낙동강변에 자리한 마애도 석조 비로자바불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가 있었다.
비로자나불은 잠시도 쉬지 않고 진리를 설파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광명을 뜻하기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을 보여주는 존재라고 한다. 비로자나불에 의해서 정화되고 장엄되어 있는 세계는 특별한 부처님의 세계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세계를 의미한다.
이 불상은 풍산읍내 하리 하천 제방을 따라 마애동을 지나 들 가운데 조성된 소나무 숲 사이에 있으며 1972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팔각 연화대좌 위에 결가부좌한 비로자나상으로서 오랫동안 방치되어 얼굴 부분의 마멸이 심해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두 눈썹 사이에는 백호(白毫: 부처의 두 눈썹 사이에 있는 희고 빛나는 가는 터럭)의 흔적이 크게 남아 있다.
이 불상은 전체적으로 867년에 조성된 축서사석조비로자나불상과 비슷한 양식을 띠고 있어 거의 같은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불상은 통일신라 말에 유행한 석조비로자나불상의 양식적 특징을 보여 주는 것으로, 제작 연대는 9세기경으로 추정된다.
불상을 만나보고 광명을 얻듯이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보면서 소나무숲도 다시 걸어서 돌아본다. 사람에게 얻어지는 지혜에 대한 가치를 무언가를 비추듯이 보여주었던 그 시간 속에 잠시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