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굶게 살다 간 남자
TWA 항공기 조종사이지만 뻔한 일상에 흥미를 잃어가던 남자 배리 씰은 갑작스럽게 다가온 CIA의 자극적인 제안에 흥미를 느낀다. 실존 인물이었던 배리 씰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냉전의 말기에 대립하던 이념 대립의 현장에서 CIA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속이고 어떻게 기만하였는지는 간접 경험하게 해준다. 그들에게 정의란 미국이라는 국가의 이득이 된다면 그것이 정의며 정당 함이었다. 마약거래 총기 밀반출, 요인 살해 이 모든 것이 용납되던 블랙코미디의 시대였다.
최근까지 톰 크루즈가 나왔던 영화를 생각하고 극장을 찾는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액션씬은 거의 보이지 않는 다큐 같은 느낌의 영화다. 그나마 조금 볼거리는 비행기를 이용한 공중 액션씬 정도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리 씰은 미 정부의 스파이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하수인에 불과하지만 필요에 의해 혹은 막다른 골목에서 미국 정부나 마약 조직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에게 정의라던가 마약의 폐해 같은 것은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 조그마한 것에는 묘하게 정감이 있는 사람이다. 콜롬비아의 최대 마약조직인 메데인 카르텔을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하기도 했고 CIA의 제 3국 반정부 음모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마약 배달로 인해 막대한 부를 얻었지만 오히려 그 돈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져 내려간다.
그에게 돈은 일순간의 성공을 약속해준 것 같았지만 마치 신기루 같이 보인다. 감당할 수 없는 돈은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망가트린 인간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천재 범죄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그냥 단순히 인생의 파도에 휩쓸렸다가 빠르게 쓸려나간 사람뿐이었다. 그의 인생은 길지도 않았다. 짧고 굵게 살았지만 그는 후회가 없는 것처럼 비디오를 찍었다. 마지막의 순간에 그의 흔적이 마치 연기처럼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한 때 부를 누리며 살았던 그의 와이프는 모든 재산을 압수당한 후 옛날의 생활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것에 만족해하면서 살아간다. 정부의 여러 기관들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마약 카르텔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친 듯이 돈을 벌었지만 짧은 시간에 자신의 인생의 종을 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뭔지 모르게 씁쓸하다.
베리 씰에게 어떤 공감도 안타까운 마음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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