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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뜰, 성황림

궁예가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지나갔던 원성 성남리의 성황림

산과 나무에 정령이 있다고 믿는 문화는 오래전부터 내려져왔으며 아바타와 같은 영화에서도 그런 장면이 잘 그려지기도 했었다. 한국에도 신이 산다고 믿는 숲들이 있다. 복숭아로 잘 알려진 원주의 치악산자락에도 그런 숲이 있는데 일명 신의 뜰이라고 불려지는 원성 성남리의 성황림이 바로 그곳이다. 천연기념물 제93호로 지정이 되어 있어 누구나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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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말기에 얼마나 혼탁한 세상이었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아래쪽에서는 견훤이 일어서고 위쪽에서는 궁예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그 뜻을 펼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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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석남사라는 사찰이 있는데 그곳에서 궁예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당시 많지 않았던 세력을 이끌고 이 길을 지나 출정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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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변의 모든 마을이나 집 그리고 음식점들에는 성황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성황림은 온대 낙엽활엽수림으로 한국 중부지방 자연림의 모습을 대표하고 있는데 숲에는 복자기, 귀룽나무, 느릅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찰피나무, 말채나무 등 50종류 내외의 목복신물과 복수초, 꿩의 바람, 윤판나물, 대국 등 100여 종이 넘는 초본류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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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에 내려오는 꿩과 무과시험을 보려고 떠나던 사람과의 일화가 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치악산은 꿩의 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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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입구 쪽에는 성황림 솟대공원이 조성이 되어 있다. 숲은 성황당 주변의 평지 숲과 성황당 서쪽의 산지 숲으로 구분된다. 마을 사람들은 성황당 앞을 가르는 길을 중심으로 서쪽은 신이 살고 있는 영역이라 믿고 신성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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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결계가 쳐져 있다. 신의 영역에는 신목이라는 전나무를 제외하고 다른 침엽수는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숲의 성황당에서 해마다 음력 4월 8일과 9월 9일 성대하게 제사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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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림은 2만 평 규모의 자연림 제대로 신단수의 원형을 볼 수 있다는 것과 서낭목과 함께 숲 전체가 숭배의 대상으로 보존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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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지만 한국에도 신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숲이 있다는 것을 보니 새롭게 느껴진다. 원주 성황림 생태 체험 프로그램은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생태녹색관광 콘텐츠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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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림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성황림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성황림이 있는 신림면은 마을 이름도 '신이 깃든 숲'이란 뜻의 신림이라고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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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도 전에 이곳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에 궁예도 이곳을 찾아왔을 것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지는 못하고 왕건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에는 모든 사람들이 평온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했던 것이 아닐까. 신의 뜰은 결국 사람이 사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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