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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의 고장

제천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길 속에 놓여 있는 도화리 마을

이맘때에 나오는 과일 중에 복숭아만큼 달달한 과일이 있을까. 얼마 전에도 지인과 함께 복숭아를 본 적이 있었다. 복숭아를 구입해서 지인들에게 주면서 한 여름의 더위를 잊기를 생각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서 9월도 얼마 남지가 않았다. 복숭아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제천 청풍면 도화리가 생각난다. 개복숭아는 산간 지역에서 자생하는 야생 복숭아로 천식, 기침, 기관지염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약용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열매로 도화리에서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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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제천 도화리에서는 개복숭아 축제가 열리기도 했었다. 도화리 농·특산물 판매장에서는 개복숭아를 원료로 만든 각종 특산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나만의 머그컵, 화분 만들기, 전통놀이체험, 자개반지 만들기, 한방이혈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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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청풍호라는 풍경보다는 마을풍경이 고즈넉한 곳이기도 하다. 마을 커뮤니티가 잘 되어 있는 곳으로 선진지 견학을 오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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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면 도화리는 과거 가구 수 30여 호, 활동 가능 인구 20여 명에 불과한 낙후된 마을이었으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을 가꾸며 각종 꽃을 심고 주요 도로에 개복숭아나무를 식재, 경관을 개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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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된다면 이곳 도화리에 오면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보면서 차를 한잔 마시기에 좋다. 청풍호의 풍광을 바라보면서 앉아서 있다 보면 마치 봄에 열리는 도화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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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혹적인 꽃잎을 여는 꽃들은 적지가 않다. 매화, 사과, 벚꽃도 있지만 그야말로 화양연화처럼 아름답게 물들이는 힘이 있는 꽃 중에 복숭아꽃을 으뜸으로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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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꽃이 피었기에 맛있는 복숭아를 맛볼 수가 있었다. 봄에 피는 복숭아꽃은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발색으로 보는 이의 발걸음을 이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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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리는 마을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꾸민 마을이다. 청풍호에서 그냥 지나쳐가는 마을이 아니라 멈추어 서서 풍광을 감상하라고 만들어놓은 마을처럼 보인다. 복숭아꽃이 화석으로 발견된 것은 플라이오세 시대(533만년 전 ~ 248만년전)지층에서 였다고 한다. 인간의 시대를 훨씬 뛰어넘어 존재했던 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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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와 관련된 대표적인 그림은 안견의 몽유도원도였으며 유비, 장비, 관우가 모여 결의를 외친 것이 바로 도원결의다. 왜 복숭아꽃밭에서 그런 결의를 했을까. 그런 아름다움이 있던 곳이라면 사사로운 이유로 누군가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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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꽃을 생각하고 호수를 바라보니 호수가 더없이 깊어 보인다. 사람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이다. 눈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호수에 그림자를 비추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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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리에는 어사 박문수에 대한 이야기와 청풍 김 씨 왕후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청풍 김 씨 왕후는 조선 제18대 현종의 비인 명성황후 1652년(효종 2) 세자빈에 책봉되어 어의동 본궁(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았던 사저)에서 가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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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리 마을에 복숭아꽃은 이미 져버렸지만 나팔꽃이 필자를 맞이해주고 있다. 옛날에는 나팔꽃 씨앗을 주고 그 대가로 소 한 마리를 끌고 왔기 때문에 견우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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