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천이 흐르는 봉평교와 원주교사이에 피어나는 하얀색의 향연
길가에 피어 있는 작은 풀꽃이라도 지나쳐가면 아무런 감흥이 없다. 아무리 의미가 있는 꽃이라고 하더라도 알아채지 못하면 그냥 하나의 잡초에 불과하다. 원주를 방문했다가 원주천을 걸었는데 그 길가에 피어 있는 메밀꽃을 보고 아 메밀꽃 필무렵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원주에도 메밀꽃이 피어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갑자기 메밀막국수가 먹고 싶어지는 것은 꼭 메밀꽃 때문은 아니었다.
원주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천은 원주천이다. 최근 강릉에서 경험한 물부족사태로 인해서 원주에서도 원주 도심의 댐인 원주천댐의 기능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원주천의 물을 담아놓는 원주천댐은 홍수 조절 기능만 있어서 댐은 평소에 문을 열어두고 자연스럽게 하천으로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등을 고려해서 앞으로 계획을 잘 세워서 운영하면 좋을 듯하다.
다시 원주천에서 찾은 새로운 발견은 바로 메밀꽃이다. 평창이나 가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메밀꽃이 원주천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이효석의 작품 이름 덕분에 메밀꽃은 문학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었다. 천변의 메밀단지의 메밀꽃이 개화하여 순백의 전원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메밀꽃 필 무렵 무엇을 해야 할까. 메밀꽃 사이로 들어가서 메밀꽃과 함께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9월이다. 원주도 문화도시이기도 하다. 문화도시 원주에서 메밀꽃과 연계하면 어떨까.
원주교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봉평교가 자리하고 있다. 메밀꽃을 생각하고 이름을 지은 것일지도 모른다. 메밀꽃이 피어나면 생애 단 한 번의 첫사랑이 이야기처럼 사람마음을 설레는 이야기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936년 조광 10월에 실린 메밀꽃 필 무렵이 약 90여 년이 지나도록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마을의 모습까지 소설처럼 바꾸고 있었다. 세상의 중심이 아닌 원주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고 이곳을 걸어보아도 좋다. 물론 다른 사람의 눈치는 좀 봐야 할지도 모른다.
평창이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원주 역시 놓치지 않으면 좋다.
9월경 피는 꽃은 메밀꽃 필 무렵에서 묘사되듯이 흰색이 많지만, 품종에 따라 분홍색 등 다른 색깔을 띠기도 하는데 곡물로서는 보기 드물게 벼목이 아닌 식물인데, 이런 곡물을 아곡류(Pseudocereal)라고 부른다.
서늘하고 습한 기후와 메마른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 피해도 적은 편이며, 생장기간이 상당히 짧아 주로 산간 지방에서 많이 재배하지만 이렇게 원주천변에서도 볼 수가 있다.
메밀은 글루텐 함량이 매우 낮아서 메밀만 가지고는 도저히 정상적인 반죽을 만들 수 없다. 2020년 들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메밀 100%로도 찰기 있고 탱탱한 메밀면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쉽게 메밀 100% 메밀면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9월의 메밀꽃이 필 무렵에 원주시의 원주천에서 메밀꽃을 만나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천변의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다리에서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흐리지만 그런 것이 첫사랑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