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의 낭만으로 떠나보는 영월의 석항역과 트레인스테이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기차 안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13명의 용의자. 포와로는 현장에 남겨진 단서와 용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궁에 빠진 사건 속 진실을 찾기 위한 추리를 그렸던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차에서 잠을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계속 풍경이 변화하는 기차 안에서 떠나는 여행에서의 낭만이랄까.
아직까지 러시아를 횡단하는 열차를 타고 여행해 본 적은 없지만 하루가 넘게 걸리는 기차여행이라면 숙박공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KTX로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어서 침대칸이 필요가 없지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영월에 있어서 방문해 보았다.
영월군의 석항역에는 '노스탤지어(Nostalgia·향수) 석항 간이역 체험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영월 중동면 석항리 213의 9번지 석항역 주변 2,463㎡ 부지에 간이역 체험시설에는 트레인스테이라는 숙박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석항역이라는 이름은 돌항소(乭項所)라는 천민 집단 구역이 있었으므로 '석항리(石項里)'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1957년에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했다가 2009년에는 여객취급이 중단되었다.
석항역 트레인스테이의 숙박공간은 남자와 여자, 가족등으로 구분되어 운영되며 숙박비용이 저렴한 반면에 개인용 세면도구들은 가지고 와야 한다. 여러 사람이 같이 숙박하는 곳이어서 조금은 제약이 따를 수는 있다.
영월은 단종의 흔적을 비롯하여 김삿갓 이야기를 통해서 자주 방문했던 곳이지만 이번에 숙박은 처음 경험해 본다. 40년 전에는 옥동광업소에서 채취한 석탄이 삭도로 운반돼 석항역 동쪽 저탄장에 집결했다고 한다.
역 바로 옆에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맡아 운영하는 석항트레인스테이는 열차 9량을 개조해 만든 숙박 및 카페 시설로 광부들이 이곳에서 살았을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이곳에서 1박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조용한 영월의 풍경이 드러난다. 가을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나름의 운치가 있어서 좋다.
영월에서 10 경도 즐겨보고 10월 초에는 영월애(愛) 달시장이 열려 4일까지 축제가 열린다. 영월 애(愛) 달시장은 지역 고유의 문화를 담은 대표 야간축제로 지역 내 40여 개의 청년·예비창업자들이 운영하는 특색 있는 로컬푸드와 특산품을 선보이며, 관광동호회와 연계한 ‘영월여행-달시장 패키지’ 체험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 지역경제를 이끌었던 탄광은 사라졌지만 강원도가 가지고 있는 그런 매력은 깨끗한 공기와 한적한 분위기라고 할까. 그런 것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코레일에서는 지역 상생을 위해 청량리역과 동해역에서 출발하는 영월 1박 2일 체류형 기차여행 상품을 출시했는데 첫째 날 오후에는 영월 자유여행에 이어 밤 9시 30분까지 천문대에서 전문 해설과 함께 밤하늘을 관찰하며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천체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다. 둘째 날에는 자유여행을 비롯해 동강 래프팅 또는 리버버깅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시원한 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트레인스테이를 할 수 있는 석항역을 뒤로하고 석항역 주변을 걸어서 돌아본다.
올해 추석에는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여행을 간다는 응답은 30.5%로 지난해보다 20.6% p 상승했는데 국내 인기 여행지로는 강원도(27.2%)가 가장 높게 꼽혔으며 이어 경상도(26.6%), 제주도(25.9%) 순이었다고 한다.
석항에서 스테이하고 풍경을 감상하고 오래간만에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이라는 영화도 다시 보았다. 다른 사람이 같이 잠을 자지 않아서 온전하게 홀로 보낼 수 있는 시간 속에서 푹 쉬어보는 강원여행을 만끽해 볼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