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론 아레스

이미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어가는 미래에 대한 단상

인터넷이 세상에 처음 등장하고 나서 유용한 정보가 수없이 생산되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봇이 등장하면서 의미 없고 쓸모없는 콘텐츠들이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AI를 활용한 봇으로 인해 양질의 콘텐츠보다는 상업적으로 혹은 특정한 이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50%를 채우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넷에 올라오는 뉴스나 콘텐츠를 분별 있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걸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없다. 자신에게 이득이 될만한 뉴스라면 무비판적으로 상대에게 말하고 이슈화시킨다. 그런 태도로 인해 더욱더 자극적이고 사실처럼 보이는 거짓 콘텐츠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트론이 처음 개봉되었을 때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잘 그렸기에 많은 호평을 받았다. 올해 개봉한 트론 아레스를 보면 가상의 세계가 너무나 가까이 왔음을 알 수가 있었다. 가상 세계에서 창조된 존재를 현실 세계로 끌어올 수 있는 시대. 그곳에서 탄생한 AI 최종 병기 아레스는 초인적인 힘과 속도, 고도 지능으로 설계되어 무한히 재생될 수 있는 존재다. 기술의 한계로 현실 세계에 단 29분만 머무를 수 있는데 이걸 벗어나기 위해 영속이 가능한 코드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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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기술의 한계가 있지만 우리를 이루고 있는 신체를 생체신호로 만들어 코드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치료제 위고비 또한 일종의 코드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인간의 뇌로 전달이 되어야 하는 유전자 물질을 대체해서 보내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너무나 부정확한데 사람들은 그걸 과신하기도 한다. 사람의 뇌가 스스로를 지키는 것 같아 보여도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스스로를 공격하여 무너지게 만드는 것도 자신의 뇌다. 영화에서 이브 킴은 엔컴을 이끌어가는 기술자 중에 하나로 영속성이 있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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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 아레스는 그리스신화에서 캐릭터를 가져왔다. 영원한 숙명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 전쟁의 신 아레스와 지혜의 여신 아테나다. 영화는 참신한 설정과 눈부실 비주얼로 인해 볼만한 세상을 창조해서 보여주고 있다. 특히 3D 프린팅 기술은 이미 나와있지만 영화 속에서는 레이저 등을 활용해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질지에 대해 미리 볼 수가 있다. 네온빛 색채가 스크린을 채우면서 시각적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라이트 사이클 추격신은 정말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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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만능주의로 인해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어떤 경외심 같은 것을 가지고 살아간다. 필자는 돈과 그 사람이 가진 가치관 혹은 양심 같은 것을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돈이 많은 누군가가 무언가를 입고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서 입에 올린다. 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비만치료제 위고비도 일론 머스크가 효과를 봤다고 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영화 속에서 거대 AI기업을 이끄는 줄리안 딜린저를 보면 마치 일론 머스크를 보는 듯하다. 돈이 된다며 무엇이라도 하고 생명의 가치조차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사람이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아예 바라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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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스가 점차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고 자아를 깨닫기 시작하면서, 그는 인간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독립적 존재로 남기 위해 이브의 조력자가 된다. 인간들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이나 피해도 생각하지 않은 시대에 아레스가 더 인간적으로 변모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딜린저는 또 다른 AI 병기 아테나에게 아레스를 없애고, 이브를 자신의 그리드 안에 가둘 것을 명령한다. 이제 AI는 단순한 텍스트 프로그램이 아니라, 감정과 의지를 가진 실체가 되고,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존재로 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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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컴 그리드는 ‘에메랄드 시티’를 연상시키는 초록빛으로, 회사의 기술적 안정성과 질서를 상징하며 딜린저 그리드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 착안한 붉은색으로, 권력과 통제의 이미지를 그렸다. 지금도 미래에도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은 끊임없이 해킹당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엔컴 시스템의 보안은 중세의 성으로, 방화벽은 거대한 불의 장벽으로 그려졌다. 이제 사람들의 데이터는 더욱더 많은 곳에서 활용이 될 것이다. 현실의 도시가 마치 디지털 그리드로 전환되고 AI와 인간 세계를 잇는 인물 이브 킴을 통해 기술적인 긴장 속에서도 따뜻함을 더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불완전하기에 더욱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빛이 입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시대에 빛은 그냥 만져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빛은 입자이며 파동이기도 하다. 트론 속에서 빛으로 현실을 베어내는 것은 기술이 발전한다면 가능한 세상이기도 하다. 생각의 속도로 그 너머를 볼 수 있다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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