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의 기획전시, 영일정 씨 선비들
요즘에는 유튜브 등에서 책 읽어주는 영상들이 적지가 않아서 잠을 잘 때나 시간이 있을 때 눈으로 읽지 않고 귀로 읽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자신이 지금까지 올랐던 옳고 그름을 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모른다고 해서 자신이 한 잘못된 행동에 대한 용사가 될 수 있을까.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는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로 영화화되기도 했었다. 사랑이야기 속에 앎과 실천,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가깝지는 않지만 안동이라는 지역을 자주 방문한다. 9월에 갔을 때에는 어르신이 써준 최치원의 인백기천이라는 문구를 가져갔는데 이번에는 한국국학진흥원 유고문화박물관에서 진시가 시작된 전시전 기탁문중예우홍보특별전 '앎을 넘어 삶으로 실천한 영일정 씨 선비들'을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내년 2월 1일까지 유교문화박물관 4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영천 지역에 세거하고 있는 영일정 씨 강의공 호수선생 문중이 주인공이다. 정 씨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정몽주다. 시대의 유학자였으며 절개의 상징이 아니었던가. 영일정 씨 역사를 보여주는 족보, 호패 등 유물과 영일정 씨 문중에서 만들어낸 문집 책판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전이다.
영일정 씨는 고려의 추밀원지주사를 지낸 형 양 정습명을 시조로 하고 있다. 영일정 씨는 연일정 씨,, 오천정 씨라고도 부르며 영일정 씨가 영천지방에 정착하게 된 것은 정광후 때로 올라가며 정광후는 고려 때 문과에 급제한 후 가선대부 공조판서를 역임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여가를 읊으며 정몽주를 떠본 이방원이 정몽주를 죽이자 일파인 정광후는 이방원을 피해서 아버지인 정인언과 함께 영천으로 내려와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전의 제목이 앎에서 살으로라고 붙여진 것을 보고 실천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해관계가 얽히거나 가족과 연결되어 있으면 외면한다. 반면에 옳지 않더라도 나에게 이득이 된다면 외면하거나 모른 체를 한다. 예로부터 선비는 알고자 하였으며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고자 하였던 사람들이었다.
영일정 씨 선비들의 전시물 중에 임진왜란 이전 문과 시권은 12건 밖에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희소성이 높은 자료로 알려져 있다. 봉화군에 가서 여러 번 충재 권벌의 흔적을 살펴볼 수가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 문과 시권은 1507년 충재 권벌이 작성한 전시(殿試) 시권을 볼 수가 있었다.
영일정 씨의 대표적인 인물인 정세아의 임진왜란 활약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임진충현록' '창의록' '영양사난창의록' 등도 함께 전시되고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활약한 정세아(1535~1612)와 그의 아들 정의번(1560~1592)이 보여준 행적은 지행일치를 위해 노력한 선비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든지 알고자 하면 알 수가 있고 찾고자 한다면 찾을 수가 있다. 물론 세상의 많은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은 무척 아나 괴로운 일이기도 하다. 몰랐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을 것을 알기 때문에 괴로워하게 된다. 게다가 알면서도 그것을 왜곡하여 사람들을 속이는 사람들을 보면 감정이 격해질 수밖에 없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여자 주인공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죄의식을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게 된다.
세월이 지날수록 의미가 있어지는 것들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것들이 있다. 자신에게만큼은 고귀한 삶의 바이블이 될만한 이야기를 담고 기품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아는 것의 지평을 넓히고 삶에 반영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