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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4. 2017

대구 미소여인의 철없는 여행

여름과 가을의 갈림길에서

모두들 소녀와 소년과 불리던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된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가 다른 점이 있다면 남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아직도 청춘이다라고 말하지 소년이라고 말하지 않는 반면 여자들은 여전히 소녀이길 바란다. 대구에서 살면서 가을이 왔다고 생각해 나들이를 나선 대구여인 엄소윤 씨의 뒤를 쫓아가 보았다. 한국에서 더운 곳으로 잘 알려진 대구는 아직도 여름도 가을도 아닌 제철을 못 찾은 느낌이다. 


올해 대구 가을여행의 시작은 달성군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대구 달성군 현풍면에 위치한 한훤당 고택은 한훤당 김굉필 선생의 11대손 김정제 선생이 1779년 구지면 도동에서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이 마을은 250여 년 동안 서흥 김 씨 세거지 역할을 해오던 곳이다. 사적인 공간이면서 공적인 역할을 해오는 이곳은 숙박이나 카페로도 활용이 되지만  문화재청의 ‘2017 살아 숨 쉬는 향교·서원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대구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온 엄소윤 씨는 이 공간을 연인과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이기도 하지만 여유로운 소풍장소이자 지인들과 함께 오면 친밀감이 더 커지는 곳이라며 강력하게 추천했다. 외진 곳에 있어서 보통은 낮에 많은 사람들이 찾지만 저녁의 불빛이 켜지는 야경을 한번 본 사람이라면 저녁에도 자주 찾아올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가진 곳이라고 한다. 

여러 명도 아닌 딱 두명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부터 여러 명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까지 실내의 공간 구성이 다양하다. 1954년 중건한 한훤당 고택은 현재 카페와 한옥스테이 공간으로 일부 리모델링되면서 가을을 부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이 일상화된 사람들은 이곳에 처음 오면 사진을 찍어 올리기에 바쁘다. 눈이 아닌 스마트폰과 카메라의 렌즈가 먼저 한훤당 고택의 정취를 먼저 만나는 셈이다. 

한국적인 색채가 물씬 묻어나는 고택에서 아메리카노의 진한 향기가 풍겨 나는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누리는 사치를 마음껏 누려도 된다. 

달성군에는 한훤당 고택을 비롯하여 구지면 도동리에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배향한 우리나라 5대 서원 중 하나로 1604년 세워진 서원인 도동서원도 있는데 가을이면 노랗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만들어준다. 

이제 캠핑이 일상적인 여행의 한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이 어언 10년이 넘었다. 전국에는 수많은 캠핑장이 있는데 글램핑뿐만이 아니라 캠핑카나 야영지에서 캠핑할 수 있는 공간도 한 곳의 캠핑장에 모두 있다. 자연과 더불어 고된 생활을 즐기는 소수인들의 취미였던 캠핑은 장비가 없어도 누구나 떠날 수 있는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구지오토캠핑장에는 캠핑카인 카라반 총 12대, 일반 야영이 가능한 캠핑사이트 11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비가 없는 우리들은 카라반을 예약했다. 6, 8인용 카라반은 인터넷 사전예약을 통해 1박에 8만 원에서 14만 원 선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냉·난방 시설이 완비된 카라반에는 부엌과 욕실, 침대 등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밤새라도 놀 수 있는 에너지가 충만한 아이들에게는 캠핑장은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다. 사이트 바로 옆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한 캠핑사이트에서 개인 텐트로 야영을 해도 좋은데 잘 정비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도동서원 등 근처 관광지로 갈 수도 있다. 

캠핑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아마도 고기와 모닥불일 것이다. 주거지의 비중이 아파트가 압도적으로 많은 지금 모닥불 하나 피우는 것은 쉽지 않다. 야외로 나가야 환한 불꽃을 피워볼 수 있다. 


낮에 대구의 온도는 생각보다 높아서 마치 여름 같았지만 저녁이 되자 다시 가을로 돌아온 느낌이다. 엄소윤 씨는 대구의 가을을 즐기기 위해 찾아오려면 저녁에 입을 여벌 옷 한 두벌 정도는 가져와야 한다며 철없는 대구의 9월 가을여행을 말하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전날의 여독이 조금씩 가실 때 비슬 산맥에 솟아 있는 높이 1,084m의 비슬산을 찾아갔다. 1986년 2월 이 일대 총면적 13㎢가 비슬산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V자곡을 형성한 이들 하천은 산기슭에서 대선상지군(大扇狀地群)을 이루며 『신 증 동국여지승람』과 『달성군지』에는 비슬산을 일명 포산(苞山)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한국에는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들이 많지 않은데 대구 달성군과 청도군에 걸쳐 있는 비슬산은 해발고도가 1,000미터가 넘어서 그런지 아래로 운무가 깔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비슬산에서 북북서 방향으로 청룡산(靑龍山, 794m)·산성산(山城山, 653m)이 있다. 『유가사사적(瑜伽寺寺蹟)』에는 산의 모습이 거문고와 같아서 비슬산(琵瑟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비슬산 정상 쪽으로 올라가면 전망대 역할을 하는 비슬산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있다. 이곳은 국토교통부 낙동강 호수 통제소 역할도 하는데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다리가 놓여 있어서 이채로운 풍광을 연출한다. 

멀리까지 한눈에 보이는 곳이어서 그런지 강우 관측의 요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한국의 강우 관측은 세종대의 측우기부터 수표, 부산해관 관측 기록, 임진강 강우레이더 관측소를 지나 최첨단 관측으로는 소백산 강우레이더 관측소와 비슬산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그 역할을 이어받아하고 있다. 

산등성이를 지나 아래로 약간 내려가면 풍광 좋은 곳에 자리 잡은 대견사가 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있는 사찰은 많지 않은데 해발고도 1,000m 이상에 있는 사찰은 대견사와 설악산의 봉정암, 지리산의 법계사 정도다. 대견사는 일연스님이 1227년 22세의 나이로 승과에 장원급제하여 초임 주지로 온 이래, 22년간을 주석한 곳으로 삼국유사 자료수집 및 집필을 구상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엄소윤 씨는 대견사는 대구에서도 유명한 곳이라서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잡기도 했지만 추노, 대왕의 꿈, 장영실 등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고  봄이면 각종 야생화와 진달래가 피고 가을에는 단풍이 수놓을 때면 주말에는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다고 전했다. 

달성군을 휘감아 돌며 고령군과 인접해 있는 곳에는 사문진 나루터가 있다. 조선시대 나루터인 이곳은 조선 인조 때 개척되었으며 낙동강과 금호강을 연결하는 하천 교통의 요지로 대구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했던 중요한 곳이며 대일무쳑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달성군은 한국에서 최초로 피아노가 들어온 사문진 나루터를 음악이 있는 곳으로 조성하고 있다. 당시 사람들은 피아노를 사람들은 나무토막 안에 죽은 귀신이 들어 있어 괴상한 소리를 낸다며 신기해하며 귀신통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는 항상 음식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사문진 나루터의 음식점은 음식을 손수 나르고 다시 가져다줘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가격이 착해서 괜찮은 곳이다. 진득한 소고기가 들어간 소고기 국밥은 5,000원, 부추가 듬뿍 들어간 부추전 5,000원, 직접 콩을 갈아서 만든다는 손두부는 5,000원에 먹을 수 있다. 


사문진 나루터는 가을 코스모스가 활짝 만개한 낙동강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국밥 한 그릇 든든하게 먹고 배를 채웠다면 시원한 강바람이 이끄는 방향으로 발길을 해보면 된다. 사문진 주막촌 옆엔 화원동산도 있는데 세 줄기의 강이 모여드는 모습과 습지의 풍경이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성숙 소녀의 감성으로 바람개비를 돌려보겠다고 입김을 넣어보고 있다. 매년 가을에는 문화와 예술로 풍성하게 물들이는 '제3회 사문진 가요제'가 열리니 때 맞춰 사문진 나루터 특설무대로 발길을 해보는 것도 좋다. 


예전에는 큰 강이 흘러서 육로를 차단하는 곳에서는 육로와 육로를 연결하는 배를 정박시키는 시설이 갖추어진 나루터가 필요했는데 지금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목적으로 하는 배가 아닌 여객선으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다. 이 곳 외에도 고령 다산면 일대의 강정 나루터·사문진 나루터·바리미 나루터, 성산면의 무계 나루터·도진 나루터·오 실 나루터, 개진면의 진두 나루터·오사 나루터·개포나루터·도동 나루터, 우곡면의 대암진나루터·부례나루터·답곡진나루터·객기나루터등이 있었다.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항상 설레고 즐겁다는 엄소윤 씨는 예전에 교통 무역, 문화 및 인적 교류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곳을 배로 여행하는 느낌은 가을 낭만이라 말하기도 했다. 

사문진 나루터에서 출발한 배는 고령과 대구를 잇는 강정보로 향한다. 낙동강의 보인 강정보는 지난 4대 강 정비 사업 과정에서 부설되었는데 그곳에는 건축가 하니 라쉬드가 설계한 디아크가 있다. 디아크는 물고기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순간과 물수제비가 물 표면에 닿는 순간의 파장을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건물면적 3천761㎡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낙동강을 찾는 관람객들을 위한 복합 문화공간인 디아크는 강과 물, 자연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독특한 외관도 외관이지만 내부로 들어오면 다양한 기획전시와 상설전시가 이루어지는 색다른 전시 공간이다.  

디아크는 Architecture of River Culture 및 Artistry of River Culture를 의미하며 하늘, 지구와 문화에 대한 우아하고 기하학적인 접근과 강 문화의 모든 것을 담고자 했다. 

 대구 12경에 선정된 고령 강정보는 낙동강 상류 안동댐과 낙동강 하구둑과의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양 최대 수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위와 아래쪽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야경이 좋아 사진가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 가을이 왔다는 것은 올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도 소녀였지만 내년에도 여전히 소녀로 남고 싶다는 엄소윤 씨는 대구의 가을 매력은 이것뿐이 아니라 더 많다면서 여행의 소감을 전했다.


부크크 http://www.bookk.co.kr/book/view/23837

사형수

최홍대가 첫 장편 소설로 발표한 '사형수'는 사회적 이슈와 언론, 사람과 사람사이의 미묘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현되고 서술되었다. 과거로 부터 도망가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지만 결국 그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야 했던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의 이야기가 섵불리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갑작스럽게 사형이 집행된 이 후, 사회에서 밀려 나가지 않기 위해 살아야 했다. 군중 속에 고독하지만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지는 것 같았지만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 나서는.......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스토리는 기존 장편소설에서 꾸준히 나왔던 플롯이지만, 이번에는 그에 더해 현대사 속 실제 사건을 접목시키고 이를 추리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현은 사형제도가 아직 존속되고 있는 한국에서 살고 있고 경찰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기획수사에 투입되어 억울하게 그 생을 마감한다. 그 트라우마를 견뎌내는 듯했지만 여전히 꿈속에서는 현재 진행행이다. 아들이 발견하는 것을 원했는지 모르지만 숨겨 있었던 거대한 부조리와 폭력에 맞서려 한 소시민의 의지가 그려진다. 또한 ‘현’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상실감과 정면 돌파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동시에 트렌디한 이슈를 끌어들여 유기적이고 심층적으로 그려졌다.

www.bookk.co.kr

 

Yes24 http://www.yes24.com/24/goods/45879998?scode=029

교보문고 http://pod.kyobobook.co.kr/newPODBookList/newPODBookDetailView.ink?barcode=1400000290057&orderClick=KBC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838776684&trTypeCd=21&trCtgrNo=585021&lCtgrNo=2967&mCtgrNo=838021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8367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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