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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5. 2017

정원 (庭園)

백운동 별서정원

전라남도의 끝에 자리한 강진에 가면 백운동 서원이라는 곳이 있다. 한국정원의 특징을 가진 백운동에는 별서정원이 있는데 조선 중기 처사였던 이담로가 은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곳은 최근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가 2001년 다산 정약용이 제자인 초의에게 그리게 한 백운동도가 발견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별서 정원이라 함은 선비가 출세의 뜻을 버리고 은둔해 살고자 지은 별채에 딸린 정원을 의미한다. 


정원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원 딸린 주택을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근본적인 욕망이다. 아파트를 구입할 때도 정원이 어떻게 조성이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중 하나다. 유럽의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정원 대신 가든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정원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무언가 경계를 해놓고 그 안에 들어와서 느끼는 안락함이 담겨 있다. 중국은 규모로서 정원을 설계하고 일본은 작은 공간에 짜임새 있게 설계한다. 한국은 자연에 순응하면서 규모는 일본과 중국의 중간 정도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산속에 숨겨져 있기에 옛사람들이 이곳까지 접근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 강진에 유배 중이던 정약용은 이곳을 다녀간 뒤 그 아름다운 경치에 반했다고 한다. 산수가 수려한 경승지에 있는 백운동 별서정원은 자연 그대로도 아니지만 모든 것을 인위적으로 구성하지도 않았다. 백운동 별서정원은 담양 소쇄원, 완도 부용동과 함께 호남듸 3대 정원으로 일컬어지며 조선 중기의 선비들의 삶을 알리고 있다. 

은둔의 삶을 노래할 만큼 백운동 별서정원은 고즈넉하고 조용하다. 주변에는 비자나무와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고 전통 원림이 조성된 곳을 천천히 걸어본다. 다산 정약용도 이곳을 사랑했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도 이곳의 풍광을 노래한 시를 적지 않게 남겼다. 

차를 즐기고 그 속에서 풍류를 즐겼던 고려인들은 백성에서 왕까지 차를 마시는 것이 일반적인 생활이었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그 문화는 많이 퇴색되었다. 차 문화는 조선 후기에 와서 다시 자리잡기 시작하는데 백운동 별서 근처에는 운당원 왕대나무 숲이 있는데 지금도 그곳에는 야생 차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정약용은 별서정원의 주인인 이시헌에게 차나무에서 딴 차를 구입해서 마셨다고 한다. 

고관대작의 집처럼 큰 기와집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원 위주로 공간이 배치가 되어 있고 쉼이 먼저가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정약용으로 인해 차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시헌은 동다기를 세상에 알린다. 동다기는 당시의 차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기록이 담겨 있어 조선 차문화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저술이라고 한다.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 이백 


어찌하여 푸른 산에 사느냐고 묻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지만 마음 절로 한가롭네
복사꽃 물 따라 아득히 흘러가니
별천지에 인간 세상이 아닐세


강진에는 여러 번 왔지만 백운동 별서정원은 처음이다. 정원이라고 부를만한 집에서 생활해 본 기억은 많지 않지만 옛사람들의 흔적을 찾다 보니 정원과 옛날 가옥이 있는 곳을 적지 않게 가본 기억이 난다. 누군가 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산속에 있어서 그런지 안과 밖을 드나듬에 있어서 조금은 조심스럽다. 

선비들의 은신처 별서정원을 둘러보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최근 강진은 오감 통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나 이벤트를 여는데 그 근처에는 남도의 맛을 볼 수 있는 한정식집이 있다. 한정식을 주문하면 한우 떡갈비, 부꾸미, 보리굴비, 우럭구이, 간자미 초무침, 표고버섯탕수육, 낙지호롱구이, 꼬막 찜, 왕새우구이 등이 나온다. 

너른 평야를 가지고 있는 강진 이기도 하지만 바다와 인접해 있어서 산과 바다에서 나오는 진미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앞서 만난 것처럼 다산 정약용 같이 한성과 거리가 먼 강진에는 조선시대에 유배 온 선비들이 적지 않았다. 왕족들이 유배를 오기도 하였는데 그때 같이 따라온 궁녀들이 궁중음식의 비법을 지역 사람들에게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강진에는 조선 왕실의 수라간 음식의 흔적이 스며들어 있다. 

한정식 정갈한 음식들이 차례대로 나온다. 강진 지역의 향토 음식이라고 하면 바다에서 구할 수 있는 해산물 위주의 음식이지만 수라상에 올라갔던 지짐이나 편육, 전골, 찜등도 같이 올라온다. 

현대인들은 서울과 멀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조선시대에 한양에서 멀어지던 것과는 다르다. 한양에서 멀어짐이 바로 정계에서 멀어짐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오히려 더 넉넉한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지방에서의 삶이다. 옛날에는 유배지로 활용이 되던 강진은 지금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남도답사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젊은 때 한적한 외딴곳에 은거하면서 살던 이백이나 유배를 와서 강진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정약용이나 별서정원의 아름다움이나 차 한잔의 넉넉함을 모두 깨달았던 사람이 아닐까. 


부크크 http://www.bookk.co.kr/book/view/23837

사형수

최홍대가 첫 장편 소설로 발표한 '사형수'는 사회적 이슈와 언론, 사람과 사람사이의 미묘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현되고 서술되었다. 과거로 부터 도망가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지만 결국 그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야 했던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의 이야기가 섵불리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갑작스럽게 사형이 집행된 이 후, 사회에서 밀려 나가지 않기 위해 살아야 했다. 군중 속에 고독하지만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지는 것 같았지만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 나서는....... 현실과 비현실이 절묘하게 융합된 스토리는 기존 장편소설에서 꾸준히 나왔던 플롯이지만, 이번에는 그에 더해 현대사 속 실제 사건을 접목시키고 이를 추리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현은 사형제도가 아직 존속되고 있는 한국에서 살고 있고 경찰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기획수사에 투입되어 억울하게 그 생을 마감한다. 그 트라우마를 견뎌내는 듯했지만 여전히 꿈속에서는 현재 진행행이다. 아들이 발견하는 것을 원했는지 모르지만 숨겨 있었던 거대한 부조리와 폭력에 맞서려 한 소시민의 의지가 그려진다. 또한 ‘현’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상실감과 정면 돌파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동시에 트렌디한 이슈를 끌어들여 유기적이고 심층적으로 그려졌다.

www.bookk.co.kr

 

Yes24 http://www.yes24.com/24/goods/45879998?scode=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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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838776684&trTypeCd=21&trCtgrNo=585021&lCtgrNo=2967&mCtgrNo=838021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8367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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