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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쓸 때와 힘을 쓸 때

역사와 자연을 잇는 길에 자리한 나주시의 남평향교

기다리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때론 조급할 때가 있다. 말에 무게를 실으려고 할 때 사람이 하는 말에 근거가 없으면 공허함만이 남는다. 내면에 뿌리내린 것에 의지하여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호연지기라 한다. 떠나는 사람을 괴롭히고 끝까지 쫓는다면 원수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던가. 나주시에 자리한 남평향교는 안쪽에 자리하고 있지만 최근에 변화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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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을 테지만 11월 초만 하더라도 가을 느낌이 전혀 들지가 않는 곳이었다. 2024년에 남평향교와 월현대산 근린공원, 강변도시를 하나의 숲길로 연결하는 '남평향교 역사순례길 조성 사업'이 준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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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순례길의 중심인 남평향교는 조선 세종 9년(1427)에 세워진 교육기관으로 대성전, 명륜당 등이 있으며 1985년 전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남평향교 역사순례길은 역사와 생태 자원의 연계를 통한 교육·체험 공간이자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 휴식이 가능한 숲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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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평향교는 주차공간이 넉넉한데 주변에는 주택공사가 진행이 되는 곳도 있으니 이곳으로 들어갈 때에는 한 번 확인하고 가보는 것도 좋다. 1534년(중종 29)에 남일리(南一里) 자고개[尺峴]로 이건 하였다가 1545년(인종 1)에 중수하였으며, 임진왜란 때 전소된 것을 1600년 성균관과 남평현민들이 협조하여 지금의 위치에 복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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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평향교는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성전 · 명륜당 · 동재(東齋) · 서재(西齋) · 흥학당(興學堂) · 양사재(養士齋) · 사마재(司馬齋) · 제기고(祭器庫) · 고직사(庫直舍) 등이 있으며, 대성전에는 5성(五聖), 송조 4현(宋朝四賢), 우리나라 18현(十八賢)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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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말에서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없다고 한다. 즉 스스로가 만든 막 다른 길은 누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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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평향교가 자리했던 공간에 나주시는 남평역 관광자원화 사업을 남평권역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할 경우 관광활성화를 꾸준하게 추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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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평향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남평역은 6.25 한국전쟁 발발 직 전인 1950년 여순 반란사건 당시 소실돼 1956년 7월 신축된 이후 '광주~화순~보성'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 활용돼 왔지만 이용객 감소로 지난 2014년 폐쇄되기까지 지역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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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평향교 대성전에 모셔진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사람들은 더 냉혹해져 갔다. 맹자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서 사람다운 길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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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것에 더욱더 빠져드는 요즘에 옛 선현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 역시 맹자가 살던 시대와 다르지가 않다. 삶은 더 빠르게 지나가고 사람들은 지치면서 세상은 점점 더 각박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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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을 잊지 않는다는 것은 더 나은 관계를 맺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내 삶을 지탱해 오던 리듬이 한순간에 흐트러지는 느낌을 받을 때는 실패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의 징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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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자연을 잇는 길에서 남평향교를 방문해 보며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삶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지탱해 줄 소소하지만 분명한 기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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