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과 합법의 마약

영국과 청나라의 아편전쟁과 현대의 무역전쟁은 연결되어 있다.

마약은 분명하게 사람의 정신을 파괴하고 삶을 붕괴하게 만드는 향정신성 약품이다. 그렇지만 그런 마약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사회의 곳곳에 독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과연 마약은 불법인가라고 묻는다면 표면적으로는 불법인 것이 분명하지만 어디선가에서는 마치 합법처럼 개개인의 자유의지에 기대어 퍼져나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 영국은 산업혁명 이후로 엄청난 생산량을 기반으로 다시 한번 제국의 영광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커나간 영국의 힘은 탐욕으로 전 세계에 자리한 다른 국가들을 식민지로 만들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수많은 식민지를 가졌기에 그중에 한 국가는 해가 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영국은 당시 청나라와 무역을 하고 있었는데 청나라에서 생산된 차는 모든 영국인들의 삶을 바꾸었다. 문제는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생산한 물건들을 청나라 사람들에게 매력이 없었다. 그렇게 불균형 무역이 만든 결과는 영국에 들어오던 은을 청나라로 유출되게 만든 결과를 만들었다.


수십 년간 그렇게 청나라는 은이 쌓여갔지만 텅 비어가던 은을 지킬 방법으로 영국은 그 무역 불균형을 깨트릴방법을 인도에서 찾았다. 영국은 일부 청나라 사람들이 아편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영국 정부는 당시 관점으로 합법적으로 아편을 가장 큰 무역상품으로 만들어 청나라에 팔았다. 광저우에서는 아편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갔다. 인도에서 생산된 아편은 청나라로 들어가서 은으로 바뀌었고 그 은을 가지고 차로 바꾸어서 영국으로 보내졌다.


지금도 힘을 가진 나라가 무역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미국과 일본의 무역불균형은 플라자 합의로 해소시켜 버리며 일본을 잃어버린 30년을 만들어버렸으며 지금 트럼프 정부 역시 엄청난 부채를 반강제적으로 전 세계에 관세의 칼을 들이대며 해소시키려고 하고 있다. 국가의 이익 앞에 사실 불법적인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힘이 있는 나라가 주장하면 그것이 법이 되는 것이다. 지금이야 마약이 불법이라고 인정하기에 공식적으로 그걸 상품으로 팔고 있지 않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은 우리가 모르는 새에 구석구석 파고 들어가고 있다.


당시 청나라는 자신들의 화폐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은을 사용했다. 즉 은은 청나라의 화폐를 지탱해 주는 수단이었다. 청나라는 백성들에게 세금으로 은을 받고 동전을 유통시켰다. 아편으로 인해 농촌경제의 파탄과 구매력의 상실을 가져오면서 시중에서 은을 구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청나라의 화폐는 휴지같이 변하고 나라는 망해가기 시작했다. 아편중독의 만연과 은의 유출로 인해 청나라가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자 조정에서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는데 아편 흡식을 완전히 급지 하자는 임칙서(林則徐)를 흠차대신(欽差大臣)으로 광둥에 파견하여 일을 처리하고자 하였다.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정의라던가 도덕성을 생각한다면 청나라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문제는 산업혁명 이후에 영국은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해군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1939년 3월 임칙서는 광저우에 도착하여 외국상인들의 미온적인 반응에 대해 외국 상관(商館)을 무력으로 봉쇄하여 아편을 몰수·파기했다. 이 조치는 영국 정부의 군대파견을 승인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었다. 당시 영국 내부에서도 글래드스톤이라는 정치가가 과연 이것이 정의로운 전쟁이냐고 주장했지만 국가의 이익과 명예 앞에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아편전쟁은 청나라는 영국의 포화 위협 속에 8월 29일 콘월리스호 선상에서 영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난징 조약에 조인하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불평등한 난징 조약의 요점은 홍콩의 할양, 광저우·샤먼[廈門]·푸저우[福州]·닝푸 [寧浦]·상하이[上海]의 개항, 개항장에 영사(領事) 설치, 배상금지불(2,100만 달러), 공행상인 폐지, 관세 협의, 양국 관리 간의 대등한 문서왕복 등이었다. 중국 사회의 반(半) 식민지화 기반이 닦인 셈이었는데 이는 향후 조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어 중국과 영국의 2차 중영전쟁도 일어났는데 전쟁의 끝나면서 정치적인 관점으로 홍콩·주룽스가 영국에, 헤이룽 강[黑龍江] 유역의 방대한 영토가 러시아에 할양되었을 뿐 아니라 공사관·조계·외국인세무사 제도가 생겨났다. 아편무역과 쿨리 무역의 합법화는 제국주의적 침략의 무자비함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세상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살아가지만 국가 대 국가로 보면 이런 기준은 무의미할 때가 많다. 여기에 내국인들의 탐욕과 쾌락을 추구하는 성향이 맞물리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을 수가 없다.


최근에 일어난 캄보디아 사건만 보더라도 정말 그들이 피해자였을까. 국내에서는 그런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불법과 합법이 모호하게 결합된 달콤한 말에 갔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편전쟁에서 이긴 영국이 조약문에 아편을 자유롭게 사고팔게 하라라는 내용 같은 것은 없었지만 자유무역이라는 이름하에 어떤 상품도 팔 수가 있었다. 국가의 이익 앞에서는 어떤 정의나 공정함 같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약이 아무리 부도덕적이고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오직 그 수단 외에 방법이 없다면 팔 수도 있는 것이 국가다.


국가가 힘을 가지지 못하고 정의를 외치는 것은 무의미한 메아리일 뿐이다. 어떤 국가도 아군과 적군이 있을 수는 없으며 이익과 존속할 수 있는 이유 앞에는 언제든지 뒤엎을 수가 있다. 아무리 조약을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것은 한시적인 것이다. 국가가 어떻게 되었던 이웃이나 친구가 어떻게 망가진 들 아무런 상관없이 자신의 탐욕을 채우려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그들에게 그것이 정의고 바람직한 일이다. 인간의 탐욕과 애매한 정의감이 뒤엉키고 섞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어떤 관점에서 보면 국가라는 집단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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