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의 이야기와 먹거리를 모두 담아보는 가을 여행
2026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이제 2020년대도 중반을 넘어서 후반으로 가고 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는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찰나와 같이 지나가버리고 있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는 몰라도 몸의 변화는 알 수가 있다. 무엇을 해도 변하는 것이 없다면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이 있다. 2025년의 시간을 지나온 요즘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상주라는 도시를 1년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구석구석을 방문해 보았다. 이번에는 운이 좋을 것 같은 느낌으로 상주를 만나보았다.
경상북도 서북부에 위치한 상주시는 낙동강이 흐르는 도시로 예로부터 비옥한 땅이어서 중요관청이나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가을에 더욱 깊어지는 정취 속에서 자연과 역사, 미식을 두루 경험하기에 좋은 상주시의 가을을 만나보기로 한다.
상주시립도서관이 자리한 곳은 상주시의 문화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중심지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상주시는 2026년도 '우리 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공모에서 총 5개 사업이 선정되기도 했다. 상주시는 내년에 생생 국가유산 활용사업, 국가유산 야행, 향교·서원 국가유산 활용사업, 고택·종갓집 국가유산 활용사업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상주시라는 도시의 시간을 문을 열고 역서와 전통의 밤을 만나볼 수 있는 상주 상산관과 상주향청도 이곳에서 멀지가 않다. 상주라는 도시를 색다른 관점으로 만나볼 수 있는 2026년으로 먼저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상주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나 상주를 방문했지만 상주라는 도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상주박물관을 먼저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상주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25년도 공립박물관 평가인증’에서 4회 연속 인증을 획득해 전국 최고 수준의 박물관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기도 했다.
상주박물관은 4차 산업 기술을 접목한 VR, AR 등을 교육 및 전시 등에 활용함은 물론, 지역의 고유문화를 재조명한 차별화된 기획 전시, 포용적인 관람 환경(Barrier-Free)을 조성해 두었다. 장애인부터 거주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관람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했고, 소장 고(古) 전적 기록화 사업을 통해 지역의 고유 자산을 발굴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주박물관에서 새롭게 진행되는 특별기획전으로 백두대간이 품은 마을 화령을 만나볼 수가 있다. 상주시도 면적이 큰 편이어서 곳곳마다 다른 색깔이 있다. 상주의 화령이라는 지역은 백두대간이 등을 굽혀 산줄기를 내려놓고, 낙동강. 남한강. 금강의 물길이 갈라지는 자리라고 한다.
화령현에는 4개의 면이 있는데 이곳에서 터전을 잡고 살았던 어르신의 옛이야기, 장롱이라는 말이 낯선 시대에 그곳에서 꺼낸 오래된 사진 한 장, 한 땀 한 땀 쓰인 책 한 권에 들어가 있던 이야기 우리네 할아버지였고 할머니였던 이야기들이 있다.
상주시의 화령이라는 지역에 있었던 산과 물, 사람이 만든 화령의 이야기를 접해보면서 현재의 우리와 다음 세대에게도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수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화령군은 본래 답달비군인데 경덕왕 때 이름을 고쳤다고 한다. 도안현은 본래 도량현인데 경덕왕 때 이름을 고쳤다고 한다. 화령에서 길을 열었던 사람으로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 학자로 알려진 노수신, 성윤해, 노대하, 충절과 독립의 김준신, 노병대, 이강년, 이성범, 교육과 문화의 여석훈, 김익달들이 있다. 부모에게 효를 말하자면 정재수를 빼놓을 수가 없다.
기술은 계속 변하겠지만 사람의 일상은 그렇게 달라질 것이 없다.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선택하는 것은 개개인들의 몫이기도 하다.
화령장은 북쪽 산간 마을과 충청도의 상인들까지 모여드는 큰 장이었다고 한다. 장날이면 우시장과 나무전이 서고 나물과 약을 파는 장수, 생선 장수까지 찾아왔다. 장터는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사람들의 소식과 살밍 오가는 중심지이고 했다.
자리를 옮겨서 상주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면서 드라마의 촬영지로 활용이 되었던 상주주막을 찾았다. 주말이면 앉을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상주주막에 오면 시간이 느리게 가고 옛날의 사람들처럼 자신만의 공간에 들어가서 먹거리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가 있다.
상주주막이 자리한 곳은 낙동강 회상나루가 있던 곳이다. 상주 경천섬이 있고 국립생물자원관, 자전거박물관을 비롯하여 상주 대표 관광지에 먹거리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곳이 생겨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밥, 비빔밥, 해물전, 잔치국수, 막걸리, 묵무침, 떡갈비등을 주문해서 먹을 수가 있다.
일행들이 머무를만한 공간을 자리 잡고 음식을 주문해서 가져오면 된다. 이곳은 음식을 주문해서 가져오는 것도 빈 그릇을 가져다주는 것도 손님들의 몫이다. 상도한상, 상도비빔밥, 잔치 국수, 갱시기, 묵사발, 비빔국수, 도토리무침, 가오리무침, 오징어무침, 떡갈비등의 메뉴가 있다.
상주시는 올해에도 고향여행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23년부터 시행 중인 이 사업은 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출향인이 고향을 찾아 관광할 경우 여행경비의 50%를 지원하는 제도로 지원은 여행 기간에 따라 당일은 5만 원, 1박 2일은 10만 원 한도, 체류여행은 최대 6박 7일까지 60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된다.
이제 이렇게 불타오르는 화로에 모여서 추위를 잊어보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모닥불은 순우리말이다. 장작등의 땔감을 모아 놓고 피우는 불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오래전에는 다른 동물들과 다른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기도 했다. 그리스신화에서 불을 인간에게 가져다준 대가로 프로메테우스가 매일매일의 형벌을 받을 만큼 불은 인간만이 가진 무기이기도 하다.
이제 먹거리를 먹어볼 시간이다. 상주주막 같은 곳에 오면 해물이 듬뿍 들어간 파전과 도토리묵이 빠질 수가 없다. 여기에 막걸리를 한잔 곁들이면 좋겠지만 차가 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개인적으로 비빔밥을 좋아하는 편이다. 다양한 반찬과 식재료를 접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식단에서 비빔밥을 먹으면 골고루 채워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쓱쓱 비비고 싹싹 비워서 먹으면 좋을 그런 맛이 비빔밥에는 있다.
이번에는 떡갈비도 함께 먹어볼 수 있는 여행이었다. 떡갈비는 이미 익혀서 나오기 때문에 구워먹는 고기보다 손이 덜 간다는 장점과 더불어 씹기에도 좋아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먹거리이기도 하다.
필자도 해외를 나갈 때 그 나라의 음식을 먹으면서 색다른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외국인들은 비빔밥을 볼 때 어떤 느낌을 받을까. 서양인들은 주로 음식을 분리해서 먹는 편이다. 한국처럼 섞이는 음식을 먹는 나라는 많지가 않다.
식사를 하고 나서 다시 가는 시간 속에 흘러가는 시간을 잡아보기 위해 상주주막을 걸어보았다. 전에 왔을 때는 보지 못한 캐릭터가 보였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며 비극적인 운명의 주인공이었던 프랑켄슈타인이다. 메리 셀리가 이 소설을 썼을 때만 하더라도 작가가 여성인 것이 드러나자 수많은 악평이 쏟아졌으나, 연극으로 공연되는 등 대중의 호응을 얻으며 고전적 공포 소설로 자리를 잡았다.
한 끼 식사를 잘 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익어가는 밤을 보고 있으니 간식이 먹고 싶어졌다. 모닥불에 햇밤을 익혀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럭키비키한 상주여행의 여정을 잘 따라왔다면 이제 자신만의 럭키비키한 여행경험을 쌓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