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의 2030 기획전 '어차피 이정표대로 가도 거긴 안 나와'
삶의 방식이 모두 바뀌어가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지금까지 이전세대들이 살아왔던 삶의 방식이 마치 이정표처럼 정해져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모든 것이 바뀌어가고 현재 2030 세대들은 이전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의 이정표를 찾아야 되는 지점에 와 있다. 이정표라는 것은 누군가가 가보고 나서 이쪽으로 가면 된다고 말해주는 마치 항로표지 같은 역할을 해왔다.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시간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11월이 거의 지나가고 12월을 코앞에 두고 충북 청주시립미술관에서는 새로운 기획전시전이 열리고 있다. 27일~2026년 2월 18일 기획전 ‘어차피 이정표대로 가도 거긴 안 나와’를 본관에서 개최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불확실한 인생의 여정 속에서 우리가 의지한 ‘이정표’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고, 예술가들의 경험을 통해 삶과 예술의 다양한 방향성을 탐색하도록 기획됐다고 한다.
어차피 이정표대로 가도 거긴 안 나와라는 전시전의 제목이 지금 현시점을 잘 표현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정표라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말이 아닌가. 예전처럼 노력한다고 해서 대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때론 다른 길을 걷기 위해 길을 잃어버려야 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청주시립미술관은 1층에 작은 카페공간과 북카페가 조성이 되어 있다. 가볍게 이곳을 방문해서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추운 겨울날 따뜻한 커피와 함께해도 괜찮을 듯하다. 누군가가 여러 번 시도 끝에 만들어놓은 이정표에서 우리는 신뢰를 생각한다. 이정표를 하나의 진리처럼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이정표가 실제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안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주시립미술관은 문화의 도시 청주에 자리한 시립미술관이다. 실험적이며 선도적인 창작활동을 펼친 작가들을 조명하고 동아시아 중심 청주를 목표로 운영하고 있는데 4차 산업 혁명 시대 새로운 융합의 전시를 선도하며, 지역의 환경미술 분야에도 확장성을 지향하고 있다. 청주시립미술관에서는 전시전이 열리는 시기와 맞물려서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시민과 함께하는 현대미술강좌'를 진행한다.
시립미술관은 시민들이 현대미술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아시아 미술부터 한국 페미니즘 미술, 서양미술, 미디어아트, 청주미술 등의 강연을 연다. 강좌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여해 보아도 좋다. 임종은 독립 큐레이터가 동시대 아시아미술의 흐름을 소개하고 이진실 미술비평가가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주요 작가와 담론을 다루며 이은주 독립기획자 겸 미술사가의 다다와 초현실주의, 유원준 영남대 교수의 뉴매체 예술(미디어아트) 등의 강연이 이어진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마치 그냥 정해진 이정표 없이 만들어진 작품들처럼 보인다.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은 자유롭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론 정해진대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고민의 순간이 계속 온다는 것이기도 하다. 참여작가 강민규, 김남현, 김윤호, 류재성, 박한샘, 이혜선은 각자의 매체와 시선으로 자연, 주변의 일상, 인류 보편 가치, 사회와 개인의 관계성 등 다양한 주제를 탐구해왔다고 한다.
전시 공식 개막행사는 12월 3일 오후 5시, 청주시립미술관 1층 로비에서 개최되는데 전시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마주하는 선택의 양상과 그 이면의 긴장감,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전환의 순간들을 보다 넓은 해석의 틀 안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한다.
요즘의 2030 세대들은 이전세대들과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한다. 예술은 사실 정해진 것이 없어서 하고 싶다고 해서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인생과 예술은 계획된 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다. 창작을 해본 사람들은 창작과정에서 생각한 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경험은 오늘날 2030 세대들이 겪는 자기 의심과 방향성의 불안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는 정해진 것이 없이 개별 작가들이 축적한 작업의 과정과 감각을 균형 있게 연결해서 감상하면 된다. 관람하는 사람들은 오늘을 살아가면서 인식한 심리적인 불안이나 변화를 작품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면서 각자의 경험과 일치할 수 있는 혹은 겹쳐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 수가 있다. 청주 시립미술관의 전시 관람은 휴관일(월요일, 1월 1일, 설날)을 제외한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가능하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한다. 이생망이라고 해서 이번 생은 망했다는 이야기도 하는 것은 그만큼 목적한 바대로 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기도 하다. 시민과 미술관이 더욱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시민과 함께하는 현대미술 강좌에도 참여해 보고 정해진 길이 없다는 현재를 생각하고 사고해 볼 수 있는 어차피 이정표대로 가도 거긴 안 나와라는 전시전을 감상해 보면서 2025년을 잘 마무리해 보면 좋을 듯하다.
청주시립미술관
충북 청주시 서원구 충렬로 18번 길 50 (043-201-2650)
기간 : 2025년 11월 27일 ~ 2026년 2월 18일
어차피 이정표대로 가도 거긴 안 나와
참여작가 강민규, 김남현, 김윤호, 류재성, 박한샘, 이혜선
휴무 :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