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와 도구
MBC와 KBS의 파업으로 일부 방송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것 같지 않지만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1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굳이 공중파를 보지 않아도 볼만한 프로그램들이 넘쳐나고 사람들은 굳이 TV 앞에서 자신의 남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때 KBS와 MBC는 권력이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변질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 이어 지금도 그 코드 DNA는 유효해 보인다. MBC에 근무하면서 지난 6~7년 동안 저널리즘의 한계와 그 속에 숨겨진 억압과 내용을 담고 있는 책 잉여와 도구 속으로 들어가 본다. 사실 이 책은 대중적이지도 않고 대중적일 수도 없다. 그들만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저널리즘을 말하기에는 MBC가 상당히 변질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경영진에 대항하는 MBC의 일부 기자들이 정의라고 볼 수 있을까. 사회의 문제점은 과연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왜곡된 사회상을 만들어가는 포털과 자신만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다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주저하는 저널리스트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언론이나 저널리즘이 중요하다. TV에서 말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미국산 소고기, 4대 강, 내곡동 사저, 국정원 대선 개입, 세월호, 국정 역사교과서, 최순실 등 중립적이며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돈과 힘이 특정 세력이나 누군가에게 집중되었다. 저널리즘이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신경 쓰지 못한 중요한 사안을 파해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잉여와 도구에는 저널리즘을 실현하기 위한 그들만의 저항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MBC에서 주는 급여와 사회적 지위를 버리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된다. 버리지 못하기에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는 그들은 필연적으로 힘이 나누어질 수밖에 없다. 저항하는 이들, 순응하는 이들, 새로 들어온 사람들로 갈라져 그들은 지금까지 흘러왔다.
"결국 이 지점에서 도구적 기자들 역시 잉여적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분노의 의사'가 좌절되는 경험을 학습하게 되었다. 자율적인 발제와 독립적인 취재를 강력히 통제하는 경영진을 향해 분노해 봤지만, 분노하고 대항하는 나와 동료들에게는 힘이 없었다. 그리고 상황은 언제나 바뀌지 않았고 되레 악화됐다. 이런 프로세스를 반복 경험한 기자들은 무력감을 체화하게 되었다. 결국 이들은 자신의 무능력함을 절감하면서 분노를 내사했고, 그 결과 타자로의 예속을 택하고 있었다."
저자는 말과 글이 힘을 잃은 시대라고 말하지만 그건 MBC에서 남아 있으면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말과 글은 여전히 강력하고 세상을 바꿀만하다. 시간이 아무리 흐른다 하더라도 문명사회를 지속하는 이상 그 가치는 지속될 것이다. 저널리즘이 왜 중요하고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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