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골목길에 다양한 색감이 스며들어 있는 동화 속 공간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어떤 대상을 그릴지에 대해 고민할 때가 있다. 많은 화가들이 자신이 그리고 싶어 하는 대상을 찾기도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리고 싶은 것을 찾을 때가 있다. 필자에게는 최근에 감성 돋는 작품은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영화였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시골골목의 아름다운 정서적인 느낌과 더불어 상상력을 펼쳐 보일 수 있었던 세상을 보여주었다.
창원 마산에 조성된 가고파 꼬부랑길 벽화마을은 마산의 옛 모습을 간직한 길이 있다. 무지개 색깔로 칠한 짧은 돌계단 끝에는 마을 주민이 1910년부터 사용하던 백 년 우물이 있으며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벽화와 등용문을 의미하는 물고기 벽화, 담벼락을 카페 입구처럼 꾸민 벽화 등 좁은 골목 곳곳에 예쁜 그림이 가득해 걷는 내내 마음이 즐거워지는 곳이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고 나면 이런 골목길이 더욱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가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가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창원에 자리한 가고파 꼬부랑 벽화마을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호서 7길 15-8에 자리하고 있다. 벽화로 만나는 마산이 이렇게 이국적인 풍경이었던가 생각하게 만든다. 골목길에 자리한 건물들이 모두 제각각으로 마산은 창원과 진해와 합쳐지기 전에도 도시였기에 도시규모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이곳만큼은 시간이 멈추어있는 느낌이 든다.
가고파 꼬부갈길벽화마을은 가고파 고향 마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으로 경남은행이 새롭게 꾸미고 단장하였다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가고파의 고향 마산만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파노라마 형식으로 펼쳐놓은 형상이 있다.
지역경제의 젖줄 창원공단을 이어주는 봉암다리, 저도 연륙교, 문신미술관, 벚꽃핀 경화역, 아구골목, 어시장, 갈매기가 노니는 마산항, 무학산 일출, 마창대교, 의림사 계곡등이 그림으로 표현이 되어 있다.
골목길에는 경사가 있었지만 그 경사가 걷기가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걷다 보면 영화 속이나 동화 속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모두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그려두었다. 지금은 대형 아파트 단지가 보기 좋게 만들어져 있지만 옛 골목길에는 다정한 풍경이 있었다.
한 걸음씩 걸어서 올라가다 보면 마치 실로폰을 치는 것처럼 음악이 들리는 것 같다. 외벽마다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곳에서 올해 느꼈던 답답함이 사라지는 느낌마저 든다.
가고파 꼬부랑길 골목길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가고파 꼬부랑길에서 마산의 곳곳을 먼저 그림으로 만나보고 마산의 골목을 걸어보면서 고향과 같은 창원만의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문을 닫아야 하지만 이곳의 문은 열어봐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