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는 가난 세다.

합법적이지만 도덕의 옷을 입고 희망이라는 꿈으로 서민을 털다.

2026년부터 월급에서 국민연금의 비율이 2.1% 올라가게 된다. 국민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해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돈이지만 아깝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이렇게 직접적이면서 원천으로 떼어가는 돈에 대해서는 심리적인 저항이 따르게 된다. 소득세를 올리는 것도 쉽지가 않다. 여기에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국민연금의 돈을 정부의 지갑처럼 사용해서 환율방어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올해 들어서 한국은행의 스텐스가 바뀌었다. 올해는 금리를 내릴 것처럼 했지만 그 결정을 모호하게 바꾸고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가 오랜 시간 시장에 뿌린 돈이 미친 듯이 부동산으로 밀려들어갔지만 그 여파는 모든 국민이 느끼고 있다. 풀린 돈이 너무나 많아서 원화의 가치를 휴지처럼 만들고 있다. 여기에 금리를 내리는 것은 불난 집에 휘발유를 들이 붙는 꼴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달러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의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작년 말에 외환보유고를 털어가면서 방어를 했지만 올해 초에 다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원화를 사용해야 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운영하는 로또는 작은 돈으로 1주일 동안 희망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게 해준다고 한다. 국민연금을 올리는 것을 정치적인 여러 가지 이슈와 공론화를 거쳐서 겨우 겨우 결정할 수가 있지만 1주일에 만원 혹은 더 이상 정기적으로 지불하게 만드는 로또는 심리적 장벽이 없다. 1주일에 만원씩 구매한다고 보았을 때 한 달 4만 원은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고 올해 월급에서 떼어가는 국민연금의 올라간 비율보다 작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아우성 하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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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이 많거나 자산이 있는 사람들은 로또를 구매하지는 않는다. 로또라는 자체가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아주 불합리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로또는 구매함과 동시에 50%를 정부가 떼어간다. 물론 그 돈을 가지고 서민들을 위한 시설등을 짓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도덕의 옷을 입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50%를 로또 당첨금으로 나누어주지만 3억이 넘을 경우 다시 33%의 세금을 떼어간다. 강원랜드와 같은 도박판에서도 그런 수익을 설정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꾸준하게 1등 당첨자수와 돈을 언론에서 도배를 하도록 한다. 만약 강원랜드에서 매주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들의 수와 금액을 공중파와 언론에 노출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렇게 노출이 되면 될수록 많은 사람들은 로또 1등 명당을 찾아가서 긴 줄을 서게 된다. 자신에게도 분명히 행운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로또는 불확실한 미래에 너무나도 작은 희망의 불빛을 가지고 돈을 자발적으로 지불하게 만드는 대상이기도 하다. 로또에서 가져간 돈으로 해야 할 사업은 원래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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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를 사고서 대박의 꿈을 꾸는 사람들은 이타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그 돈은 그냥 없어져도 되는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매우 공정해 보이는 숫자와 방송을 통해서 윤리적인 도박이라고 생각하면서 구매한다. 1주에 만원씩 로또를 구매한다면 1년에 52만 원이다. 10년 동안 꾸준하게 그렇게 로또를 사지 않고 삼성전자 주식을 구매했다면 지금은 전혀 다른 자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로또 1등이 되는 것보다는 적은 금액이겠지만 확실한 행복을 준다.


로또가 가난세인 이유는 경제적으로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구매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더 안 좋아지고 불확실해질수록 로또의 매출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메이드인 대한민국의 상품 로또는 희망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작동 방식은 세금과 다르지 않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강제성이 없고, 저항이 없으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로부터 가장 안정적으로 돈을 걷는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인상에는 분노하면서도, 로또에는 아무 말이 없는 이유는 그것이 ‘선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의 배경이 절망이라면, 그것은 과연 자유로운 선택일까. 로또가 가난세로 불리는 이유는 여기 있다. 희망을 파는 대신, 가난을 구조적으로 유지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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