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속에 피어나는 마음

용·연꽃·산봉우리·봉황 조화를 이룬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금동대향로

1988년에 서울올림픽이 개최되면서 대한민국은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지방의 대도시가 자리 잡게 된 것은 1993년 대전에서 대전세계박람회 일명 대전 엑스포가 열렸을 때가 기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도상국으로 불렸던 대한민국의 박람회 주제는 '새로운 도약의 길'이었다. 같은 해에 충청남도의 작은 소도시 부여에서도 도약이라고 할 수 있는 국보가 발견되었다. 그 국보는 1,5000년간 땅속에 잠들어 있다가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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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예술이 담백하고 선의 미학이 있다면 백제의 예술은 화려하고 디테일하다. 형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순간, 현장은 숨이 멎은 듯 고요해졌다가 전율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는 부여를 대표하는 국보인 금동대향로의 전용관이 조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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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62.3㎝, 무게 11.8㎏의 대향로는 독창적인 조형으로 백제인의 세계관과 사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국보가 독립적인 공간을 갖추게 되었으며 올해 1월에는 하루에 몇 차례씩 미디어아트로 백제와 금동대향로를 만나볼 수 있는 영상을 선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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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설치된 가로 12m, 세로 2.4m 미디어아트는 향로 하부의 수중세계를 모티프로 만들어졌으며 1층부터 3층까지 연결된 에스컬레이터는 솟구치는 용의 모습을 따왔다. 3층으로 이동하면 향로 상부의 산악, 천상의 세계를 표현한 전시 공간을 만들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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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공간인 ‘향·음’에서 관람객은 향 기둥 속에 들어가 8세기 기록부터 등장하는 ‘백단향’과 백제인이 남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석탑인 익산 미륵사지 석탑 사리공에서도 발견된 ‘유향’을 맡을 수 있도록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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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은 어두운 조도의 감상 공간 ‘백제금동대향로실’과 밝은 조도의 정보 공간 ‘향·음’, ‘향·유’ 공간으로 구분했으며 어두운 공간에서 대향로를 감각으로 만난 후에 밝은 정보 공간을 통해서 이해와 해석을 확장해 나가는 구조로 전시를 경험하도록 이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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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를 넘어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영원의 가치를 만나볼 수 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숨을 죽이면서 그 아름다움에 푹 빠져 있었다. 벽체와 모서리를 곡선으로 구성하고, 천장에는 직선으로 이루어진 사각 구조물을 배치했는데 벽체를 따라 마련된 일체형 의자는 관람객이 자리에 앉아 향로와 전시 공간을 함께 감상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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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대향로의 향로 뚜껑 위에 표현된 다섯 연주자의 악기(종적, 백제삼현, 북, 백제금의, 배소) 구성을 바탕으로 작곡한 음악이 흐르고, 고대 향료를 현대적으로 조향 한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며 후각에 대한 느낌을 더욱더 배가시켜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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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62.3㎝, 무게 11.8㎏의 대향로는 백제인의 세계관을 집약적으로 담아놓은 국보로 크게 몸체와 뚜껑으로 구분되며 위에 부착한 봉황과 용 받침대를 포함하면 모두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받침에는 물을 헤치며 솟구치는 용이, 몸체에는 활짝 핀 연꽃이, 뚜껑에는 겹겹의 산봉우리와 그 속 생명들이 자리하며 맨 꼭대기에는 턱 밑에 작은 구슬을 괴고 마치 세상을 굽어보는 듯한 형상의 봉황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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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시작해 땅과 산, 하늘로 이어지는 대향로의 구도에는 신화, 도교, 불교의 이상향, 즉 백제인이 꿈꾼 영원한 이상세계를 만나고 나오는 길은 우리가 어떤 우주에서 살고 있는지를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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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점의 문화유산이며 국보인 금동대향로를 통해서 백제라는 국가의 예술과 기술, 세계관을 만나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물에서 시작해 땅과 산, 하늘로 이어지는 금동대향로의 구도에는 신화와 도교, 불교의 이상향이 겹겹이 담겨 있다. 그것은 단순한 종교적 상징을 넘어, 백제인이 꿈꾸었던 세계의 질서이자 인간과 자연, 하늘이 조화롭게 연결된 우주관이다. 전시 공간을 따라 향로를 마주하고 다시 밖으로 나서는 순간,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서 있는 이 세계의 위치를 되묻게 된다.


금동대향로는 단 한 점의 문화유산이지만, 그 안에는 한 국가가 축적해 온 예술과 기술, 사상과 상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5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오늘날까지 전해진 이 유물은 과거의 유산이기 이전에,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존재다. 우리는 어떤 세계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이상을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 부여에서 만난 금동대향로는 그렇게 오늘의 우리에게도 조용히 향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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