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문화 숨 쉬는 수변산책길과 고마나루를 걸어보다.
1월 두 번째 주 들어서 충청남도 전역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흰 눈이 내리면 마치 어린아이처럼 밖으로 나가서 걷고 싶은 것은 왜일까.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겨울만의 사색도 해보고 분위기도 즐기기에 좋은 날 공주의 고마나루를 방문해 보았다. 백제라는 국가의 존망을 유지시켜 주었던 고도였던 공주시는 고마나루에 관련된 전설과 이야기가 전해져내려 오는 도시이기도 하다.
공주시는 기존에 형성된 도심숲을 교목·관목·초화류 등을 심어 바람의 흐름을 살려 자연정화 기능을 극대화한 ‘도시바람길숲’을 조성을 해두었는데 그 길은 이곳까지 이어진다.
숲이 총 14개 구간에 19만여 그루(교목 3228주, 관목 9만 7700주, 조화류 9만 210본)를 산책로, 완충녹지, 가로숲 등 다양한 형태로 배치된 길을 걸어서 이곳까지 왔다.
고마나루는 공주 웅진동 지역에 있는 명소로 곰과 인간에 얽힌 전설이 내려오는 유서 깊은 지역으로 금강과 연미산 등 백제 무령왕릉 서쪽으로 펼쳐지는 낮은 구릉지대와 금강변 나루 일대를 말한다.
고마(固麻)는 곰의 옛말이며 한자로는 웅진(熊津)이라 썼으니 고마나루는 공주의 옛 지명이기도 하다. 940년 고려 태조 때 공주로 고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나당연합군의 장군 소정방이 백제 공격을 위해 금강을 거슬러 와 이곳에 주둔했으며, 백제 멸망 후에는 웅진 도독부를 설치했던 곳이기도 하다.
고려시대에 공주로 바뀌기 전까지 국제적 교통의 관문이면서 금강의 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웅진단 터가 남아 있는 곳이다. 서민들 이 생활의 터전이자 물길이 있었던 곳으로 예전에는 넓게 펼쳐진 백사장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마치 하동의 섬진강변을 보는듯한 풍광을 만들어주었던 곳이라고 한다.
흰색으로 채워진 곳에 조금은 레트로한 느낌의 조명을 보면 마치 나니아 연대기 속의 세상을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시인, 비평가, 소설가, 교수이자 소설가인 C. S. 루이스가 어린아이들을 위해 만든 시리즈에서의 흰 눈 속의 세상은 마치 아름다운 동화 속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들어가면서 온전하게 흰 세상을 만나본다. 고마나루는 여러 번 와봤지만 이렇게 흰 눈이 쌓였을 때 방문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공주시는 백제 문화가 숨 쉬는 원도심을 왕도심으로 재구성했는데 공산성을 중심으로 3개 코스로 구성이 되어 있다. 1코스는 공산성에서 시작해 산성시장과 먹자골목, 하숙마을과 제민천, 감영길을 아우르는 2.9km 거리로 걸어서 43분이 소요된다. 2코스는 동일한 거리로 역시 공산성부터 황새바위성지와 무령왕릉, 한옥마을과 공주박물관을 연결하는 코스로 45분 걸리며 3코스는 공산성을 출발해 수변산책길과 고마나루까지 1.6km 구간에 25분 동안 자연을 만끽할 수가 있다.
눈으로 덮인 고마나루는 한때 백제를 지탱했던 나루이자, 지금은 사사로운 생각을 건네는 겨울의 풍경이 되어 있었다. 길 위에서 역사는 말을 아끼고, 사람은 그 고요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았기에 더욱더 의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