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날 떠나본 금산의 적벽강과월영산 출렁다리의 여행
충남은 눈발이 스치고 지난 정도가 아니라 흰 세상을 볼 수 있을 정도의 눈이 내렸다. 붉은 바위와 강물 사이로 흰 눈이 내려앉자, 색은 줄어들고 선과 여백만이 남은 금산을 방문해 보았다. 산은 말이 없었고, 강물은 소리를 낮추면서 흐르고 있었다. 금산의 산과 강의 경계가 흐린 가운데 산수화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금산 적벽강의 물길을 따라 월영산 출렁다리가 위치한 아래까지 걸어가 보았다.
금산의 개티마을은 어죽과 관련된 여러 음식점이 자리한 곳이다. 개티마을에서 흘러가는 금강은 적벽강으로 금산 10경 중 하나인데 전북 장수군 뜬봉에서 발원한 금강은 전북 무주와 진안을 거쳐 충남북을 적시며 충남 서천 금강하구언까지 402km가량 이어진다.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천내리용호석과 국민여가캠핑장도 이곳에서 멀지가 않다. 약 높이 30m의 기암절벽들이 병풍처럼 펼쳐지는데 붉은빛을 띠는 육중한 암산들이라 ‘적벽’이란 이름을 얻었다.
금산을 흐르는 금강에서 사는 어종은 쏘가리, 꺽지, 빠가사리, 모래무지, 부구리등으로 어죽과 민물고기를 활용한 매운탕등이 유명한 음식점들이 여러 곳이 있다. 점심에 배가 고파져서 어죽집을 방문해서 한 그릇을 먹었다. 뼈와 살에서 우러나는 진한 감칠맛이 뛰어나고 살이 부드러워 겨울이면 식객들의 입맛을 끄는 그런 맛이다.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에서 열리는 '제44회 금산세계인삼축제'가 내년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10일간 개최된다고 한다. 올해는 금산 체류형 관광 활성화 사업, 외국인 유학생 인플루언서 홍보 여행, 금산군 시나브로 치유길 사업 등 3개 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서 오면 이곳이 예전의 나루터였다는 천내나루에 대한 이야기도 접해본다. 다리가 없었던 시절에는 불편했을 테지만 나루터를 오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마주쳤을 것이다.
다시 안쪽으로 더 들어오면 휴식공간을 비롯하여 금강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전에는 이 데크길이 없었는데 앞서본 길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오면 월영산까지 이어지는 안전한 길을 만날 수가 있다.
예전에 두어 번 올라갔던 월영산 출렁다리여서 이번에는 아래에서만 바라본다. 하늘 아래 기암절벽과 유유히 흐르는 적벽강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주는 풍경을 보고 싶다면 해발고도 529미터 월영봉에서 부엉산을 이어주는 출렁다리를 건너가 보는 것을 추천해 본다.
이곳은 오후 5시에 문을 닫아걸으니 이곳을 방문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그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옆에는 넓은 공간에 주차장이 갖추어져 있어서 차를 가져와도 부담이 없다. 출렁다리 난간은 짙은 노란색으로 칠했는데 금산의 유명한 특산물 인삼을 상징한다.
위에서 쳐다보았을 때는 아찔했는데 아래에서 쳐다보니 그냥 시원한 느낌이 든다. 높이 45m, 길이 275m, 폭 1.5m 월영산 출렁다리는 주탑이 없는 현수교로 아래서 올려다보면 월영산과 부엉산 사이에 가느다란 줄 하나 걸친 듯 보인다.
금산 하면 효심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금산에서 최초로 인삼을 심었다는 개삼터에는 아주 오래전 진악산 아래에서 홀머니를 모시고 살던 강 처사가 병환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위해 관음굴에서 지성으로 기도하자 산신령이 나타났다. 관앙불봉 바위벽에서 붉은 열매가 3개 달린 풀을 달여 마시라는 얘기를 들은 강 처사가 풀뿌리를 달여 드리니 어머니 병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2026년 병오년에 눈 덮인 적벽강을 따라 걷고, 나루터의 이야기를 지나 출렁다리를 올려다보고, 오래된 인삼의 전설을 떠올리다 보니 금산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시간이 겹쳐 흐르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금강은 여전히 흐르고, 산은 말이 없지만, 사람의 발걸음과 이야기들은 그렇게 이곳에 남아 이어져 온 금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