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조씩 지원해서 4년 동안 20조 지원하면 도시의 미래가 있을까
정치권에서 대전과 충청남도의 통합과 관련한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제는 그 통합문제는 시민들과 도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 정치인들이 임의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마치 더 밝은 미래가 있을 것 같지만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큰 기회가 될 수가 있어도 대전과 충남의 통합차원에서 얼마나 큰 동력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 그냥 대전인구와 충남인구를 합쳐보니 360만 명 정도 되고 이 정도면 막연히 경제적인 승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구로 본다면 광역시중 부산광역시가 330만 명이 조금 안되고 인천광역시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대전인구는 꾸준하게 줄다가 정체상태에서 145만 명이 안되고 충청남도는 210만 명을 조금 넘으니 합치면 360만 명 수준이다. 왠지 인구가 더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치권에서는 덩치를 키운 지자체장을 한 명 더 배출할 수 있으니 기회가 생기는 것 같은 이점이 생긴다. 이들이 주장하는 통합특별시의 성공을 뒷받침할 구체적이고 파격적인 청사진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재정 지원과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행정적 위상을 부여하겠다는 내용뿐이 없다.
통합을 통해 무엇이 좋아지는지는 사실 거의 보이지 않는다. 국가 예산을 준다는데 좋아하지 않을 지자체는 없다. 문제는 그 통합 이후의 미래청사진이 없다는 사실이다. 차관급 부단체장의 확대와 인사 및 조직 운영의 자율성 강화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행정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지방정부를 만든다는 것은 그냥 말뿐이다. 2027년으로 예정된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통합특별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약속은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하는데 2차 공공기관이 들어온다고 해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정치권에는 상당히 호재겠지만 통합특별시를 만든다고 해서 갑자기 서울과 경기권이 가진 동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예산을 지원해 준다고 해서 시민들의 생활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미래도 딱히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에 준하는 행정적 위상이 부여되면 갑자기 1년에 사용할 수 있는 재정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좋게 보아서 전체 합계에서 생산연령층이 가장 크게 차지해 지역 통합이 경제활동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
대전과 충남의 지역적인 특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필자가 볼 때는 대전은 도시형 생활권이고 충남은 농촌·해양·산업권 중심이다. 이 두 지자체의 정책 우선순위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으며 통합 후 예산 배분 갈등이 예상이 된다. 하나의 광역 정부로서의 역할보다 서로 다른 요구의 충돌 구조가 될 수가 있다. 숫자는 커지지만 국가가 주는 예산 외에 지역재정의 주머니는 그대로일 수도 있다. 통합은 덩치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재정을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다.
전국에 수많은 혁신도시등에 공공기관이 자리했지만 지역경제가 극적으로 활성화된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냥 아파트단지가 많이 들어선 정도였다. 이전 기관 대부분이 행저오가 관리 중심으로 지역 경제 파급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올해 지자체 선거에서 어떻게든 그 자리를 만들어보겠다는 것보다 광역 경제권 설계 로드맵, 산업 클러스터 재배치 계획, 교통·주거·생활권 통합 시뮬레이션, 농어촌 소외 방지 장치, 주민투표 및 공론화 과정의 의무화가 선행이 되지 않는다면 그냥 정치적인 기회를 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전과 충남의 통합은 단순히 선을 그어서 지도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삶의 구조를 다시 짜는 일이며, 수십 년을 내다보는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선택이다. 정치인의 임기 안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 시민과 도민의 세대까지 영향을 미칠 문제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근본적인 질문이다. 통합 이후 어떤 도시가 만들어지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 통합은‘일단 통합해 보고 보자’는 말은, 나중에 생길 문제를 미리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아직 시작될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