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의 가슴

왜 인간여성의 가슴만 커질 수가 있었을까.

출산을 하던지 출산을 하지 않던지 간에 가슴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인간여성의 가슴만 성장기를 거쳐서 상시로 커진 상태로 유지가 되게 되었을까. 만약 모든 암컷의 가슴이 커질 필요성이 있다면 다른 동물들도 모두 가슴이 있어야 하겠지만 출산을 하고 새끼를 키울 때까지만 유지가 되다가 그 필요성이 사라지만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침팬지아 고릴라, 오랑우탄을 비롯하여 모든 동물들은 그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존재의 생태적 우세함은 문화적 진화가 종종 수백 년 또는 수천 년에 걸쳐 작용하면서 문화적 적응물을 조립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데에서 기인하고 있다. 생물인류학자들은 자연선택과 성선택 가설을 통해 우리의 진화를 설명해 왔지만 그런 설명이라면 조금 더 영리한 침팬지에 불과하다. 유전자상으로 가장 가까운 침팬지는 새끼에게 젖을 주는 시기가 지나게 되면 가슴이 평평하게 돌아간다. 왜 인간여성의 가슴만 커질 수가 있는지에 대한 여러 설이 있다.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을 비롯한 유인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암컷은 출산과 수유라는 생물학적 필요가 있을 때만 유방이 커진다. 인간 여성처럼 평생에 걸쳐 유방이 발달된 상태를 유지하는 종은 거의 없다. 인간은 직립 보행을 시작하면서 몸의 구조가 크게 변했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보이지 않는 자세가 되었고, 성적 신호를 전달하던 신체 부위도 바뀌기 시작했다. 일부 진화생물학자들은 인간 여성의 가슴이 엉덩이를 대체하는 시각적 신호로 기능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인간여성의 가슴은 뇌의 크기 변화 그리고 고기를 먹게 되면서 발달했다고 보고 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특히나 고기가 필수적이다. 고기를 먹게 되면서 인간의 뇌는 획기적으로 커지게 된다. 몸무게의 2%에 불과한 뇌는 신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20%를 소모한다. 이런 비효율적인 기관이 발달하면서 동시에 인간여성의 가슴도 커졌다고 보고 있다. 즉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서 뇌도 성장함과 동시에 여성의 가슴도 커지게 된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비교적 긴 양육 기간과 협력적인 양육 구조를 가진 종으로 생존해 왔다. 안정적인 관계와 유대는 생존에 중요한 요소였고, 가슴은 단순한 수유 기관을 넘어 친밀감과 유대감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와 더불어 뇌가 커졌고 호르몬은 여성의 가슴을 커지게 만들어 출산이나 아이에게 수유를 하지 않아도 상시로 그 모습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가슴의 의미는 생물학적 필요를 넘어 문화적으로 확대가 되었다.


적지 않은 여성이 가슴확대수술등을 하는 것은 자신의 여성성을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즉 시대와 사회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 오면서 가슴에 의미를 부여했다. 소비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시선을 끄는 대상이 되기도 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가장 비효율적이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피라미드의 상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여성의 가슴은 뇌가 발달함과 동시에 커지는 결과를 만들었다.


여성의 가슴은 생존에 가장 효율적인 구조는 아니었지만,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유대를 유지하며 문화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획득한 신체의 일부로 진화해 왔다. 자연선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비효율성은 오히려 인간이 생물학을 넘어 문화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가슴은 수유를 위한 기관에서 상징이 되었고, 신호에서 이야기로 확장되었다. 결국 인간은 몸을 통해 기능만을 남기지 않았고, 의미를 남겼다. 그래서 여성의 가슴은 지금도 단순한 신체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며 사회를 만들어왔는지를 드러내는 하나의 진화적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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