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의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낙동강변에 자리한 양원역
경상북도의 숨겨진 보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 맑은 땅이면서 깊고 깊은 산골짜기에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봉화군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들이 있다. 숲 속에 열린 길을 천천히 걷는 것은 청청 봉화 여행의 매력이다. 자연과 하나 되는 기차여행을 떠나다 보면 낙동강 세평하늘길에 도달하게 된다. 양원역은 국내 최초의 민자역사이자 가장 작은 역이다.
이곳은 1955년 12월 31일 영암선(영주~철암) 철길이 개통됐지만 석탄만 수송할 뿐 마을에 기차가 정차하지 않았던 곳이다. 봉화의 원곡마을과 울진의 원곡마을, 산골 오지 주민들은 6㎞나 되는 길을 걸어 승부역에서 기차를 탔다고 한다.
봉화와 울진의 이야기가 있는 이곳에는 간이역이 자리하게 된 것은 1980년대 후반 청와대에 간이역사를 지어달라는 탄원서를 내면서였다.
역명은 양쪽 원곡이란 뜻인 ‘양원’이라 부르고 주민들의 염원으로 마을에 기차가 정차하게 되자 주민들이 직접 승강장, 대합실, 화장실을 만들고 이정표를 세웠다. 화전민들이 이곳에서 정착해서 살았기 때문인지 이곳에는 화전민의 이름을 딴 숙박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낙동강 세평 하늘길은 봉화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로 낙동강 물길과 영동선 철길을 따라 걷는 느림의 길이기도 하다. 양원·승부 비경 구간, 비동승강장에서 양원역에 이르는 체르마트 구간, 비동승강장에서 분천역으로 이어진 12㎞의 길을 걸어볼 수가 있다.
그래서 동서트레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양이었다. 굽어 흐르는 낙동강 위의 철교를 건너면 푯말 하나만 서 있는 텅 빈 승강장이 소박한 것을 볼 수가 있다.
직접 가본 양원역은 그냥 소박함 그 자체였다. 낙동강 세평 하늘길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된 분천 산타 마을에서 양원역을 거쳐 석포면 승부역에 이르는 길이 12.1㎞ 힐링 도보여행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만큼은 겨울의 느낌을 확실히 전달하고 있었다. 역시 겨울은 이렇게 매섭게 추워야 좋다고 했던가. 기찻길 위에서 양원역과 낙동강 세평하늘길과 더불어 시간을 잠시 공유해 본다.
기차가 지나간 자리였던 곳에는 다시 정적이 돌아왔다. 사람의 발자국보다 바람의 흔적이 더 오래 남는 곳이면서 한겨울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 양원역이었다. 이곳에서 시간은 서두르지 않는다. 누군가는 목적지를 향해 떠나지만, 누군가는 그저 머물기 위해 이곳에 도착하기도 한다. 낙동강은 여전히 굽이치며 흐르고, 철길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산을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양원역에서 느낀 것은 여행의 즐거움이 아니라, 삶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는 감각이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천천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청정지역 봉화의 산과 강, 철길과 간이역은 그렇게 말없이 사람을 품고 있었다. 화려하지 않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풍경, 빠르지 않지만 오래 기억되는 길. 겨울의 봉화는 그렇게 필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기차가 다시 도착하기 전까지, 필자는 잠시 그 질문 곁에 서서 기차역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