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기 전에 떫은 곶감

맹추위도 못 말린 영동곶감축제장의 현장에서 만난 영동의 맛

겨울 풍경을 상상해 보자.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말라가는 감을 가끔씩 볼 때가 있다. 바람과 햇볕이 만들어내 감이 서서히 말라가면서 가지의 끝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 곶감이 상상이 된다. 이맘때가 되면 바람에 흔들리는 주황색의 먹음직스러운 곶감등이 시골에서 만들어져 간다. 말라지면서 점점 작았지만 그 맛은 더욱더 깊어진다. 그런 감의 속살이 있는 곳이 충북 영동이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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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군에서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3일간 열린 '2026 영동곶감축제'가 맹추위속에서도 열렸다. 첫날에는 불꽃축제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레인보우 영동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밤의 분위기가 더욱더 다채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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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올해 축제를 앞두고 엄격한 품질 점검을 거쳐 최고 품질의 곶감을 선보이고 '보고·즐기고·맛보는'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했다고 한다. 영동군에만 다양한 곶감 농가가 자리하고 있다. 여러 농가들에서 나오는 곶감들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만족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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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전시·홍보관과 시식장, 임·농·특산물 판매 부스가 운영돼 방문객들은 질 좋은 영동 곶감과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직접 맛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해 볼 수가 있다. 여러 농가들 중에서 다정다감하다는 느낌의 농가를 방문해 본다. 올해부터 곶감에 푹 빠지다 보니 왜 호랑이가 곶감하나 주면 안 잡아먹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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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농가들이 여러 곳이 있으니 자신의 입맛에 맞는 농장에서 곶감을 구입하면 된다. 바람을 맞아야 단맛이 남는 곶감은 너무 빨리 꺼내면 망쳐버리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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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은 처음부터 단맛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기다림을 요구하는 얼굴로 겨울을 기다리는 먹거리다. 곶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이상할 정도로 느리다. 감을 깎고, 줄에 꿰고, 햇볕과 바람에 맡긴다.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기를 반복하며, 사람의 손은 필요한 만큼만 개입한다. 너무 자주 만지면 망가지고, 너무 방치하면 굳어버린다. 그 미묘한 디테일을 지키는 일이 곶감을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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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음식을 만들었을까. 떫은 감은 그냥 먹을 수 없었고, 저장을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곶감은 단순한 저장식품이 아니었다. 계절이 허락한 속도로만 완성되는 음식이다. 서두르면 실패하고, 기다리지 않으면 맛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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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곶감에서 수분을 빼앗고, 햇볕은 감의 색을 바꾼다. 겉은 쫀득해지지만 속은 두바이 쿠키처럼 서서히 부드러워진다. 그 과정에서 떫음은 사라지고 단맛만 남게 된다. 이 변화는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된다. 어느 날 갑자기 달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이미 달아져 있는 상태로 발견된다. 그냥 보기만 해도 어떻게 이쁘게 말렸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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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덜 익은 상태에서 서두르면 떫은 말이 튀어나오고, 너무 빨리 꺼내 보이면 본래의 맛을 잃는다. 바람을 맞고, 시간을 지나고, 어느 정도는 스스로 말라가야 단맛이 남는다. 곶감은 그 과정을 말없이 보여준다. 곶감은 겨울에만 완성된다. 여름에는 만들 수 없고, 가을에도 아직 이르다. 차가운 공기와 건조한 바람이 필요하다. 계절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결과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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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다감 농장의 곶감은 속에다가 다양한 먹거리와 크림을 집어넣어서 독특한 제품을 만들었다. 이제 곶감은 두바이의 두쫀쿠에 비교되지 않을 만한 그런 맛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곶감이 훨씬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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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때가 되면 곶감은 작아져 있다. 처음의 크기를 기억하는 사람만 그 변화를 안다. 한 입 베어 물면 단맛이 먼저 오지만, 그 뒤에는 기다렸다는 시간이 남게 된다. 이건 급하게 먹을 수 없는 맛이다. 오랫동안 매달려 있었던 시간까지 함께 씹히는 느낌이 깊숙하게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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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에 꽁꽁 언 감의 껍질을 길게 깎아내는 이색 대결도, 아이와 함께 군밤을 구워 먹고, 빙어를 잡는 겨울철 놀이터도 영동은 대표적인 감 주산지 가운데 하나로, 전국 감의 7%가량이 생산되며 이 가운데 절반인 연간 2,500t이 곶감으로 만들지는 그 현장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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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게 잘 말려진 곶감이 하나씩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처마 아래 매달린 곶감을 보며 겨울을 지나가는 방법을 배울 때가 있다. 모든 것을 움켜쥐지 않아도, 모든 순간을 앞당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어떤 단맛은 시간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남는다. 곶감은 그렇게, 겨울을 매달아 두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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