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맛과 시간 from 영동

영동의 맛 올갱이국 한 그릇과 함께 방문해 본 영동의 소석고택

겨울이 깊어질수록 따끈한 국물이 더 생각나는 계절이다. 글을 쓰는 날도 시원한 국물이 있는 한 끼를 먹고 들어옸다. 영동을 방문한 어느 날, 허기가 찾아왔을 때 향한 곳은 올갱이국 한 그릇이었다. 눈발이 흩날리는 시골길을 따라 들어간 작은 식당 안에서, 뽀얀 국물 위로 올라오는 구수한 냄새는 겨울 여행의 첫 번째 맛이 됐다. 이 음식점은 소석고택이라는 고택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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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에는 조금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올갱이국은 진득한 맛으로 속을 따뜻하게 감싸줬다. 얼음장 같은 바람을 잠시 잊게 해주는 온기가 몸 안으로 들어올 때, 이곳 풍경과 시간이 맞닿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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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군을 방문한 필자는 현지의 겨울 풍경과 사람의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었다. 한 그릇 국물, 한 채 고택, 그리고 겨울의 끝자락 속에 영동의 올갱이국과 소석고택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붙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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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들어가면 소석고택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이 고택은 조선 고종 22년(1885)에 지은 것으로, 당시 이 지역 부농의 주거 양식을 잘 보여주는 가옥이다. 넓은 들판 위에 놓인 듯한 소석고택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만으로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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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석고택의 안채와 사랑채는 서로 일정 간격을 두고 배치되어 있고, 한때는 행랑채와 광채도 있었으나 1920년대에 철거되었다고 한다. 고택 앞마당을 천천히 살피면, 옛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사랑채는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살려 ‘ㄷ’ 자 형태로 지어졌고, 마루와 누마루, 방과 부엌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구조는 한겨울에도 바람을 막아주는 듯한 안정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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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 안을 걸으며 생각했다. 누군가의 삶이 오래된 나무 기둥과 기와 사이에 스며들어 남아 있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영동의 들판과 맞닿아 있는 이 고택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일상의 흔적이 오래도록 이어진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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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 주변은 고요하기만 했다. 바람결에 스산한 겨울 냄새가 섞여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곳은 어떤 평안함을 품고 있었다. 유적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마음은 단순히 과거를 지키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순간과 오래된 시간 사이에 놓인 연속성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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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군의 소석고택은 시간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곳이었고, 그래서 여운이 더욱 길게 남게 하고 있다. 한 그릇의 국물로 시작된 여정은 결국 시간의 결을 만나는 일로 이어졌다. 올갱이국이 몸을 데우는 음식이라면, 소석고택은 마음의 온도를 낮춰주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빠르게 소비되지 않는 맛과, 쉽게 설명되지 않는 시간이 나란히 놓여 있던 하루였다. 영동의 겨울은 이렇게, 먹는 것과 걷는 것 사이에서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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