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은의 가격은 폭락했는데 실물 은은 구할 수 없는 현실
대형은행이나 투기세력들은 있지도 않은 은을 가지고 사고팔기를 하면서 돈을 벌어왔다. 2015년 이전까지는 이런 방법이 꽤나 유효했다. 왜면 이들이 모두 담합해서 가짜 매도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은이 절실하게 필요하게 된 것이 2015년부터 시작이 되었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는 그나마 있던 실물은 을 가지고 버텨왔지만 그 이후로는 매년 생산하는 실물은 보다 사용되는 실물은 이 훨씬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1월 말에서 2월 초에 종이 은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살 수는 없다.
진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명품가방의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제품은 없다는 말이다. 그 가격에 사고 싶어서 가방을 달라고 했는데 점원은 가격은 떨어졌지만 가방은 구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실물은 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 해피할 수밖에 없다. 은 가격이 떨어질 때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은 ETF나 은선물 혹은 은광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 금과 관련된 ETF나 백금주식, 금광주식은 1월 30일이 지나기 전에 모두 청산해 버렸다. 그들이 그런 장난질을 할 것이라고 알고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도박장처럼 변할 것이라는 느낌 때문이었다.
은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을 보고 계속 검색해 보고 여러 사이트를 찾아보았지만 금액은 적혀 있지만 매진이던가 지금은 구매할 수 없다는 문구가 있다. 심지어 쇼핑몰 이동을 누르면 전혀 다른 제품을 보여주기도 한다. 즉 실물 은은 시장에서 마치 자취를 감춰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상황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오랫동안 ‘가격이 존재하면 물건도 존재한다’는 전제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은 시장은 가격과 실물이 분리된 구조 위에 놓여 있다.
종이 위에서 거래되는 은의 숫자는 늘어나지만,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은은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은이 더 이상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도체,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의료기기 등 현대 산업 전반에서 은은 ‘대체 불가능한 원자재’가 되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은의 사용량은 늘어나지만, 채굴량은 급격히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지하에서 캐낼 수 있는 속도와 산업이 소비하는 속도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은이 이렇게 가격이 올라갈 것을 알았다면 아마 광산회사들은 은이 나올 수 있는 광산에 투자를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투자를 하지 않았고 지금부터 은이 나올 수 있는 광구를 찾아서 시작을 한다고 하더라도 2036년까지는 은 부족사태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지금 나오고 있는 은은 이미 2015년 이전에 투자를 해서 생산해 온 은이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 은을 다루고 있다. 실물 인도 의무가 거의 없는 종이 거래를 통해 가격을 만들고, 그 가격이 실물을 대표하는 것처럼 작동하고 있다.
도박판과 같은 이 구조에서는 가격이 떨어져도 실물은 시장에 나오지 않는 일이 이상하지 않다. 가격은 ‘거래된 종이의 결과’ 일뿐, 실제 은의 희소성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은 시장은 투자라기보다 구조의 시험대에 가깝다. 가격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물건의 존재를 믿을 것인가. 숫자를 볼 것인가, 손에 잡히는 것을 볼 것인가의 선택이다. 이 괴리는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분명해질 수도 있다.
실물 은을 가진 사람과 종이 은을 가진 사람의 체감은 점점 달라질 것이다. 전자는 “가격이 왜 이렇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후자는 “왜 살 수 없지?”라는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 이 차이는 단순한 투자 성과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세계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은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실물과 숫자, 현실과 파생된 개념 사이의 균열은 다른 자산 시장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은은 그 균열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례일 뿐이다.
이 시기를 지나며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가격을 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물건을 사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둘이 더 이상 같은 의미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다. 숫자는 여전히 거래되지만, 실물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 간극을 외면한 채 가격만 바라보는 투자는 점점 더 도박에 가까워질 것이다. 은은 경고를 먼저 보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