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하고 고소한 군밤

중부권 최대 알밤의 이야기가 있는 공주에서 열리는 겨울공주군밤축제

겨울의 공주는 서두르지 않지만 2월에는 조금은 특별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공주를 대표하는 먹거리 중 하나인 공주밤을 주제로 하는 '제9회 겨울공주 군밤 축제'와 '2026 대한민국 밤 산업 박람회'가 지난 4일 열렸기 때문이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공주를 찾아온 사람들은 공주밤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겨울에 열리는 공주 군밤축제는 축제라기보다 계절을 견디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군밤01.JPG

군밤을 굽는 불 앞에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 사람들은 군밤에서 피어나는 연기와 냄새, 그리고 기다림. 밤이 익는 동안 사람들은 손을 내밀고, 말수가 줄어들고 어떻게 잘 구워서 먹을지만을 생각하고 있다.


군밤02.JPG

어떤 관점에서 보면 겨울 축제의 진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불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은 사람을 붙잡고, 시간은 그 옆에서 천천히 흐른다. 밤은 먹거리이지만, 겨울의 밤은 조금은 특별해지는 듯하다.

군밤03.JPG

'불타는 밤, 달콤한 공주'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이날부터 8일까지 5일간 진행되며 군밤을 직접 구워 먹는 대형화로 체험부터 눈 놀이터, 반려동물 놀이터까지 갖추어두었다. 알밤의 껍질을 까는 손끝에서 잠시 망설임이 생기고, 그 사이 김이 오른다. 뜨겁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손을 놓지 않는 순간, 군밤은 먹거리가 아니라 경험이 된다.

군밤04.JPG
군밤05.JPG
군밤06.JPG

공주의 군밤축제는 도시의 결을 바꾸지 않지만 공주를 흐르는 제민천을 따라 걷고, 공산성의 실루엣을 지나며, 구도심의 골목으로 스며들게 만든다. 축제는 임시로 만들어진 무대 위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평소에 걷던 길 위에서, 생활의 리듬을 크게 흔들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었다.


군밤07.JPG

축제에서는 축제의 백미인 대형화로에서 알밤을 구워 먹는 체험을 비롯해 공주군밤 그릴존, 알밤과 놀아 밤 등 공주 알밤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눈 놀이터 '겨울왕국 눈꽃왕국'과 반려동물 동반 관람객을 위한 '겨울공주 댕댕 왕국'이 올해 새롭게 조성되어 인기가 많다.

군밤08.JPG

군밤을 다 먹고 나면 손바닥에 온기가 남고, 그 온기는 집에 돌아갈 때까지 쉽게 식지 않는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공주는 여전히 겨울이고, 사람들은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공주 지역 밤 농가와 가공업체가 참여하는 직거래 장터에서는 설 명절을 앞두고 품질 좋은 공주 알밤과 다양한 밤 가공식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군밤09.JPG

겨울을 받아들이는 일에 가깝다. 불 앞에 잠시 멈춰 서고, 냄새를 맡고, 손을 데운 뒤 다시 걸어가는 것. 이 단순한 흐름이 이 축제를 말해주는 듯하다. 그래서 매년 겨울, 사람들은 다시 공주로 모인다.

군밤10.JPG

공주는 전국 밤 생산량의 17%를 차지하는 알밤의 고장으로,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을 지난해까지 총 5차례 수상했으며, 공주알밤 특구는 지난해 말 전국 175개 지역특화발전 특구 중 최우수 특구로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군밤11.JPG

공주밤은 생밤도 맛있고 군밤은 고소해서 좋다. 그렇지만 겨울을 그렇게 건너고 싶어서. 불 앞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언제나 단순하다. 그 자리에 서면, 계절이 조금은 견딜 만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겨울의 공주는 서두르지 않고, 사람들은 다시 그 느린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군밤이 식기 전에, 겨울이 지나가기 전에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겨울의 궁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