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의 순성면과 어죽

내포(內浦) 문화권에 속한 지역에 머물고 시원하게 한 그릇 해보다.

어떤 지역들에 대해 이해하려면 그 공간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당진의 순성면이라는 지역은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공간으로 오래된 삶의 방식이 있는 곳이다. 넓은 들판과 낮은 산줄기, 그리고 마을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특별한 풍경이라기보다 오래 이어져 온 생활의 흔적을 만나게 되는 곳이다.

0R5A9728_новый размер.JPG

당진시 순성면 곳곳에 남아 있는 묘역과 비석들은 권력을 가진 인물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이 지역에서 삶을 이어가며 학문과 예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흔적에 가까웠다. 이곳을 차분하게 걸으면서 곳곳에 남겨져 있는 역사의 흔적도 살펴본다.

0R5A9729_новый размер.JPG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어죽을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방문해 보았다. 점심때만 영업을 하는 이 음식점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우연하게 발견했지만 당진에서는 꽤나 유명한 음식점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0R5A9733_новый размер.JPG

이곳의 주소는 당진과 합덕, 신평으로 가는 갈림길에 자리하고 있다. 어죽은 화려한 음식이 아니라 민물고기를 오래 끓여낸 국물에 국수를 넣어 만든, 이 지역에서 이어져 온 생활 음식에 가깝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깊고, 특별하지 않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맛이었다.

0R5A9737_новый размер.JPG

먹음직스러운 배추김치와 깍두기와의 조화 그리고 한 그릇의 어죽이 입맛을 살려준다. 어죽은 보통 밥을 먹기 좋게 죽처럼 넣은 것도 있고 국수도 넣는 곳도 있는데 밥과 국수를 한꺼번에 같이 넣는 곳들도 있다.

0R5A9740_новый размер.JPG
0R5A9743_новый размер.JPG
0R5A9746_новый размер.JPG

순성면에는 성당도 자리하고 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은 화려한 장식 대신 단정한 비례와 형태를 가지고 있다. 높이 솟은 첨탑과 십자가가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지만, 위압적이라기보다는 마을의 중심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인상에 가까웠다.

0R5A9748_новый размер.JPG

예배가 없는 시간에도 마당은 비어 있으면서도 적막하지 않았고 지나는 사람과 풍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백이 있었다.

0R5A9750_новый размер.JPG
0R5A9756_новый размер.JPG

성당과 멀지 않은 곳에 오래되었지만 지역의 잘 알려진 사람의 묘역이 있어서 살펴보았다. 순성면은 중앙 관직 진출보다는 향촌 기반 유학 전통이 강했던 곳으로 로 서산·해미·면천 등과 함께 충청 서해안 사족 네트워크가 형성된 지역이다.

0R5A9757_новый размер.JPG

비에 쓰인 내용을 보니 과거 초시 합격을 해서 성균관을 수학했지만 벼슬하지 않고 향리에 머문 유학자라는 의미다. 후손 또는 지역 사회에서 공덕을 인정해 명예 관직 추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어떤 지역은 볼거리가 많아서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시간이 쉽게 지워지지 않아서 오래 남기도 한다. 순성면은 특별한 장면을 보여주기보다 오래 이어져 온 삶의 방식이 어떻게 공간 속에 남는지를 조용히 이야기해 주는 곳이었다. 눈에 띄는 명소가 아니라, 걷는 동안 천천히 이해하게 되는 장소 순성면에서의 기억은 사진보다도 걸음의 감각으로 더 오래 남는다.


매거진의 이전글알프스라는 이름의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