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그릇이란.

시간을 담고 살아가기 위해 그릇을 만들었던 역사의 울주 옹기박물관

우리는 매일 그릇을 사용하면서 살아간다. 사실 그릇이 없어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지만 그릇이 없으면 얼마나 불편해질까. 밥을 담고, 국을 담고, 물을 담는다. 너무 익숙해서 그것이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생각해 볼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릇의 등장은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변화 중 하나였다. 불을 다루기 시작한 인간은 음식을 익히게 되었고, 익힌 음식을 보관할 방법이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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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얻은 조개껍데기나 돌의 움푹한 부분을 사용하던 시기를 지나, 흙을 빚어 불에 구워 만든 토기가 등장하게 된다. 흔히 역사책에서 보는 빗살무늬토기 같은 것은 시대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 순간 인간은 단순히 먹고사는 존재에서 시간을 저장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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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에 가면 다양한 그릇의 의미를 만나볼 수 있는 옹기박물관이 나온다. 울산옹기박물관은 옹기집산지인 외고산 옹기마을에 위치한 장인들의 발자취와 옹기의 역사, 문화 그리고 미래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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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는 그냥 음식을 담는 도구가 아니라, 남겨두기 위한 기술이었고, 기다림을 가능하게 한 발명이었다. 무언가를 담는다는 것은 곧 살아간다는 뜻으로 그릇은 늘 비어 있다가 무엇인가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릇은 물건이 아니라 관계에 가깝다. 무언가를 담는 순간 그릇은 의미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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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가 이렇게 많은 크기와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그릇에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곡식을 담으면 생존이 되고, 물을 담으면 이동이 가능해지며, 발효된 음식을 담으면 문화가 된다. 동양에서 말하는 ‘그릇이 큰 사람’이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이다. 옛날의 발굴의 흔적들도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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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담을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양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견디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능력을 뜻한다. 한국의 옹기, 숨 쉬는 그릇에 대한 이야기가 이곳에 있다. 한국의 옹기는 세계의 다른 도기와 조금 다르다. 완전히 막힌 그릇이 아니라, 미세한 기공을 통해 공기가 드나드는 숨 쉬는 그릇을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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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의 작은 차이가 한국의 음식 문화를 만들었다. 된장, 간장, 고추장 같은 발효 음식은 완전히 밀폐된 용기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다. 옹기는 막으면서도 통하게 하는, 닫혀 있으면서도 열려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옹기는 단순한 저장 용기가 아니라 시간이 천천히 흐르도록 돕는 도구였다. 발효란 결국 기다림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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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그 시간을 지금도 빚고 있는 곳이다. 울주에 자리한 옹기박물관은 과거를 전시하는 공간이면서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장소다. 이곳은 단순히 오래된 항아리를 모아 둔 곳이 아니라, 흙이 어떻게 생활이 되고 산업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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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외고산 일대는 한때 전국 옹기의 대부분을 생산하던 지역이었다. 수많은 가마에서 연기가 올라가고, 항아리는 전국의 부엌과 마당으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그릇들은 이름 없이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그릇의 운명은 늘 그렇다. 기록되지 않지만, 가장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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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돌아보며 보게 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방식이다. 빠르게 만들기보다 오래 쓰기 위해 빚고, 완벽하게 막기보다 자연스럽게 통하게 두고, 소유하기보다 함께 쓰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 옹기다.


현대의 용기들이 효율과 밀폐를 강조한다면 옛날의 옹기는 느림과 호흡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옹기는 과거의 물건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상징하는 도구처럼 보인다. 우리는 여전히 각자의 그릇을 만들며 살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그릇을 가지고 살아간다. 무엇을 담을지, 얼마나 담을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품고 있을지는 모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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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옹기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울주의 옹기들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스며드는 방식도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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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전통과 현대 아우르는' 제13회 대한민국 옹기공모전이 개최가 된다. 공모전은 전통 분야와 관광기념품 분야 등 2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국내에 사는 개인 또는 단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출품은 1인 2개 작품 이내로 가능하다. 작품 접수 기간은 4월 10일과 11일 오전 10시~오후 5시다. 울산옹기박물관을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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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및 금상 수상 작품은 울산옹기박물관에 기증된다. 입선 이상 수상작은 5월 1~14일 울산옹기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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